정부가 의욕적인 경쟁력 강화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경제운용의
틀이 될 "신경제 5개년계획"을 말한다.

이같은 정부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계획을 관류하는 철학이 결여된 점이
흠이다. 특히 경쟁력강화의 핵심이 되는 산업정책 부분에서 이같은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완화를 거듭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총론에도 불구하고 각론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산업정책면에서 보면 정책방향이 자율보다 규제에 더욱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개입 가능성이 곳곳에 엿보일 뿐만 아니라
산업정책의 기조가 옛날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수 없다.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 정책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특히 일관된 철학이
부재한 정책은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는 주요 업종별로 산업발전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업종별로 수립될 중장기 산업발전전략은 선언적 의미 이상을
가질 것이라 한다.

다시 말하면 중장기 산업발전전략이 단순히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투자결정과 정부및 금융기관의 우선순위 결정등에 활용될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지난86년 공업발전법제정 이전의 개별산업 육성법과 동일한 선상에서
이해할수 있다.

이른바 개발시대를 지배하였던 업종별 지원정책이 신경제계획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정책담당자들도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과거의 업종별 지원정책에 비중을 두는 것은 그야말로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정부가 특정 산업을 위하여 포괄적인 육성책을 마련하는 것은 더이상
효율적이지 않다. 그리고 정책수단면에서도 가능한 일이 아니다.

다만 정부는 공유성 기술개발이나 인력공급에 대한 목표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는 좀더 적극적이고 일관성있게 기능별
산업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야말로 성장잠재력 마련을 위한 환경조성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하나 간과할수 없는 중요한 문제는 업종전문화를 통한 세계 일류기업의
달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이다.

정부는 정책의 실효성이 극히 의심스러운 업종전문화에 여전히 미련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주무부처를 중심으로 공업발전법 개정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공업발전법 강화를 통한 업종전문화의 효율적인
운영이 정부의 구상인 것이다.

정책담당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첫째 현행 업체선정식 전문화제도를
업종선정식으로 변경하는 일이다. 이에 호응하는 기업에 금융및
세제지원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지원정책을 생각하고 있다.

둘째 기업집단의 전문화를 유도하기 위하여 주무부처의 장관에게
기업투자에 대한 권고및 조정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기업의 사업영역이 정부개입의 대상이 될수는 없다. 어느
나라의 기업이라도 벤처기업단계 독립기업단계 활발한 다각화단계 그리고
관련업종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군집 단계로 변천해가게 마련이다. 이같은
기업의 변신은 시간과 환경에 따른 적응이라는 면에서 이해할수 있다.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정부가 전문화를 촉진할수 있다는 발상부터 문제가
있다.

이미 여신관리규정을 이용한 전문화제도가 기업의 자원배분을 왜곡시켰던
전례가 있다.

기업들은 장기적인 전략에 입각하여 주력업체를 선정하기 보다 단기적으로
금융지원이 필요한 분야를 선택하였다.

이같이 새로운 규제는 피규제자로 하여금 규제목적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합리적인 행위를 강요하게 마련이다.
업종중심의 전문화제도가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지더라도 이것 역시
유사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게다가 업종범위를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업종수를 몇개로
할것인가,그리고 업종선정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하는 전문화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는 늘 남게 된다. 여기서 정책은 원래 목적과 달리 항상
행정적인 편의에 따라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업종중심의 제도 역시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공업발전법개정에서 주목해야 할점은 주무부처가 기업투자에 대한
권고및 조정권한을 갖는 일이다. 정부가 필요하다면 기업사이의
투자조정을 위하여 개입할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은 필연적으로 효율적인 시장규모,적정 업체수라는
믿음을 낳게된다. 정부가 적정시장규모를 판단할 능력은 없다.

정부는 늘 자의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시장에 대한 진입을 제한할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산업정책의 기조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86년 공업발전법 제정 이전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주무부처가 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밖에 이해할수
없다.

정책담당자들은 늘 시장을 불신하고 계획을 신뢰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번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다.

경쟁력의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때로는 특정 부문에 있어서 단기적인 과잉이 발생할수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기업에 소중한 교훈이 될것이다.

앞으로의 산업정책은 기업의 홀로서기를 돕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