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의 임동승소장은 4월28일자 한국경제신문 19면 특강에서
엔고현상의 유발원인과 엔고현상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유익한 정리를 해주었다.

엔고의 효과에 대하여는 여지껏 논란된것을 정리한 것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 없다.

문제는 엔화가치가 최근 급등하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임원장이
제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최근 일본의 국제수지흑자가 대폭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성장률 실업률 인플레등 경제기본여건에 대한 전망이 밝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경제회복에 따라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경제는 금년들어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고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달러화에 대한 투자수요가 줄어들고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있다.

이는 설득력이 매우 약하다. 첫째 위의 논리는 자국의 화폐가치가
국제수지흑자가 확대되면 상승한다고 믿는데서 시작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논거이다. 우선 자국화폐에 대한 외국으로부터의 수요중 무역에
연관된 수요는 미국 일본 독일등과 같이 국제자본시장이 거의 완전히
개방된 경우에 있어 전체 수요의 극히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수지의 화폐가치에 대한 영향은 극히 약하다. 자국화폐에 대한 외부
수요의 대부분은 금리차익을 노린 자본투자수요이기 때문에 이자나
투자로부터 얻을수 있는 예상수익률의 차이에서 환율변동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만일 국제수지가 중요한 원인이라면 지난 5년간 일본의 국제수지가
계속 크게 흑자였으며 미국의 국제수지는 계속 크게 적자였는데 5년간 왜
엔화가 안정세를 유지할수 있었는지 설명할수 없다.

둘째 성장률 인플레등의 경제기본여건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맞으나 현실의 면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지난80년대에도
일어났고 이번에도 일어나고 있다. 80년초에 달러의 가치가 달러당
250엔대까지 올라갔는데 그당시 미국은 심한 인플레와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었다. 미국은 불경기를 해결하기 위해 25%의 조세율감면과
군사비지출증가를 통한 확장적 재정 정책을 레이건대통령이 썼고 인플레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준비은행(FRB)의 볼커 의장이 긴축금융정책을 썼다. 이
두 정책은 미국의 금리를 대폭 인상하여 미화에 대한 투자수요를 늘려
달러의 가치를 상승시켰다. 미국의 이 정책은 인플레와 불경기를
해결하는데는 효과가 있었으나 다른 나라의 화폐를 평가절하시켜 외국에
미국의 인플레를 수출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에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도 미국으로부터의 인플레수입을 막기위해 긴축금융정책을 쓰게
되었고 이로 인해 세계의 모든 국가가 불경기에 접어들고 보호무역주의가
성하게 되었다. 이런 곤경을 해결하기 위하여 미국의 압력하에 달러의
가치를 낮추기로 G7(선진7개국)국가들이 협의하여 85년 플라자협정이후
엔화,마르크화등의 등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때의 엔고에도
미국경제는 불경기로부터 완전히 회복한 상태였기 때문에 불경기나
인플레때문에 엔고가 왔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최근의 엔고도 일본의 경제가 강하고 미국경제가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그 반대의 이유때문이다. 일본의 경제가 불경기이기 때문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고 있는데 일본은 역사적으로 인플레를 대단히 싫어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확장적 금융정책을 쓸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실질금리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와 엔화에 대한 투자수요를 늘려
엔고요인을 가져오고 있다. 반면 미국의 클린턴정부는 세금인상과 군사비
지출삭감을 통한 긴축 재정정책을 쓰고 있으며 새정부의 긴축재정정책은
FRB의 그린스펀의장이 인플레를 걱정함이 없이 확대금융정책을 쓸수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주게 되었다. 미국의 이두 정책은 미국의 금리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와 달러에 대한 투자수요를 위축시켜 엔고압력의 요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엔고의 원인을 설명할때 우리는 엔고현상이 매우 오래
지속될 것으로 믿어도 될것같다. 미국은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불경기가 오지않는 이상,특히 민주당정부는 계속 세금인상을 기도할 것이며
냉전시대가 끝난 지금 계속해서 군사비지출을 삭감할 것은 자명하다. 이
두가지 모두 긴축 재정정책이며 긴축재정정책을 통해 인플레의 압력을
약화시키는 한도내에서 FRB는 계속 확대금융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 금리를 계속 낮은 선에서 유지하여 엔고압력을 계속하게 할
것이다. 한편 일본의 불경기는 불원간 해결되겠지만 냉전의 종식으로
군사적고려의 중요성이 미일외교관계에서 약화된 현정세하에서 미국과
유럽제국은 계속하여 일본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도록 압력을 가할것이다.
이때마다 인플레를 무슨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철저히 봉쇄하려는 일본은
긴축금융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엔고압력의 요인이 될것이다.
이러한 엔고의 이유와 배경을 생각할때 4월29일자 신문에 보도된 미FRB의
달러매입을 통한 엔고제동은 미국의 엔고에 대한 정책의 변화라기보다는
너무 급격한 엔고보다 점진적인 엔고를 선호한것임을 알수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향후 우리의 수출전망은 여태껏 지상에서
논의된것보다 훨씬 더 낙관적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엔고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국제수지가 일본 국제수지
흑자감소의 덕으로 향상됨에 따라 세계적으로 보호주의 경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점은 다른 아시아의 경쟁국및 후발개도국과
엔고의 반사혜택을 나누어 받아도 임소장의 지적과는 달리 우리의 수출에
막대한 도움이 됨을 시사한다.

우리 경제는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무역의존도가 월등히 높기 때문에
엔고로 수출이 호전됨에 따라 경기회복이 빨리 올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새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현재 쓰고 있는 저금리정책에 의문을 갖게할
것이다. 저금리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특혜가 되는 점을 감안할때
수입원가상승을 통해 인플레요인을 유발하는 엔고가 현실인 실정에서
저금리정책으로 인플레요소를 더욱 강하게 할 필요가 있는지 문제시
될것이다.

현재 지상에서는 우리경제에 대한 엔고영향에 관해 조심스러운 낙관론내지
비관론등이 지배적인데 이런 조심스런 전망은 득보다 손실이 크다고 본다.
이보다는 현실적인 낙관론을 갖고 엔고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엔고의 긍정적효과가 크다고 볼때 저금리정책의 재고를 할수 있는 여유가
생겨 인플레를 예방할수 있으며 장기적인 기대감을 갖고 일본으로 부터
수입하는 제품의 국내수입대체품의 개발및 상품화를 위한 노력을 할수있게
된다. 또 대일교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엔고에 힘입어
일본시장을 과감히 침투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며 엔고에 대한 필요이상의
조심스런 낙관론이나 비관론이 대두될때 기업인에게 자신감을 부여하지
못하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