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을 펼치니 오늘 해뜨는 시간이 오전5시41분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방을 살피니 이미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한 기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자로서 한때 신명나게 일할때는 해보다 앞서 일어났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렇지가 못하다. 건강 탓만은 아닐텐데 무슨 연유인지
일에 대한 의욕이 나질 않는다. 그럴때 찾아보았던 곳이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이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시장을 한바퀴 휘젓고 돌아다니면 그래도
살맛이 날것 같았다. 그 안은 모두 살아숨쉬는것 뿐이다. 어물전
주인들의 생선 다루는 솜씨는 어부의 팔뚝만큼이나 싱싱하고 날쌔다.
그리고 그들의 호흡은 신선하다. 이는 새벽 공기를 마시는 이들의
특권이기도 하다.

한 어물전앞에서 횟감을 흥정하는 모녀가 눈에 띈다. 주인장이 물건을
들어올리며 자기손이 저울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 저울에 올려보니
1백 이 모자란다. 이런 적이 없다며 입속을 다시는 그의 표정속에 잠시
그림자가 머물고 간다. 요즈음 그의 손 저울이 신통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유야 그 자신이 잘 알겠지만 나또한 그 이유를 알듯싶다.
이곳도 불황인 모양이다.

가끔 세상이 허술하다는 생각을 했던적이 있다. 그러나 새벽에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면 세상은 무섭도록 정확히 짜여져 가고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비록 어떤이들은 요령으로 살면서 분에 넘치는 대가를
건네받기도 하지만 진정 제몫을 찾고자하는 이들은 일(노동)에 대한 가치를
안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성취감은 새벽이면 번져오는 여명처럼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기에 살맛이 나는게다.

새벽을 여는 사람이 많은 이나라는 소망스럽다. 그러기에 언젠가는
어물전 주인의 손저울이 정확해지리라. 그렇지않으면 1백g이 남아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