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닐때부터 술을 좋아하던 내가 동양맥주에 입사했다는 소문을 들은
친구들이 "그놈 제 갈곳으로 갔구나"하고 좋아했다. 그러나 판촉을 빙자로
거의 매일 술을 마셨던 응보를 톡톡히 받았다.

56년에 간이 좋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주치의였던 서석조형은 3개월간
입원 가료를 요한다고 위협하였으나 나는 일을 하지 않고서는 못배긴다고
입원을 회피하였다. 타협안은 첫째 주치의의 허락이 있을때까지 일절 술을
마시지 않을것,둘째 점심도 외식을 금하고 집에서 마련한 채식으로만
할것,셋째 하루에 한번씩 혈관주사를 맞을것,넷째 다섯시에 퇴근하면 즉시
귀가,휴식할 것등이었다. 나는 주치의의 이명령을 김과옥조로 여기고
충실히 지켜서 1년 6개월만에 다시 술을 마셔도 좋다는 허가를 받는데
성공하였다.

집안 선대들이 단명하셨는데다 간질환으로 작고하셨기 때문에 나는 내
자신의 건강을 남달리 관리해야만 했다. 약보가 식보에 따라올수 없고
식보는 그래도 행보보다는 못하다는 말도 들었으며 일일만보는 백약을
능가한다는 말도 알고 있다.

새벽에 집근처 야산을 산책하는 것이 좋겠다고 세명이 약속을 하고는
비교적 차질없이 산책이 계속되었다. 그것이 60년초의 일이다.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떠나지 않는한 거의 매일 산에 갔다 오는 것이
나의 일과요 중요한 건강유지법이었다. 명륜동에 살았을때는 성균관대학
뒷산에,돈암동에 이사가서는 정릉에,지금 살고있는 신당동에서는 남산에
간다. 돈암동부터는 같이갈 사람이 없어서 매일 혼자 다녔다.

나는 기관지가 좋지 않은 탓으로 아침에 산책을 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호흡기의 불쾌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아침 산책을 빠뜨릴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안전판을 하나 더 마련하였다. 아침에 산에 올라가게되면 발과
다리는 좋은 운동을 하게되는데 손이나 팔은 별볼일이 없어 무료할 것으로
생각해서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로 했다.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가담하고있는 터였기 때문에 더욱더 잘한 일로 생각한다. 만약 내가 아침
산책을 못하게 되면 버려진 쓰레기를 주울 사람이 없게 되어 지저분함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되면 나는 내가 나에게 짐지운 것이지만
나의 의무를 다 못하게된다. 그러니 아침 산책을 빠뜨릴수 없게되는 더 큰
공적이유가 생긴 셈이다.

나는 속칭 패리메이슨으로 알려진 가드너의 탐정소설을 애독했었다.
재미도 있지만 대화가 많아서 회화공부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6.25사변후 미군이 보고 버린 종이 표지의 염가책들이 명동 일대에서 많이
팔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책을 살때 우연히 요가에 관한 책을 한권 끼워서
산 일이 있었다. 건강에 관해서 더 관심을 갖게된 69년에 한국일보가
인도의 요기(요가하는 사람)를 초청해서 실기를 보여준다고 보도한 일이
있었다. 시간이 없어 직접 가보지는 못하였지만 요가에 대해 상당한
호기심을 갖게된 동기가 되었다.

나는 전에 사둔 책을 들추어 요가에 관한 책을 찾아서 정독했다.
요가라고 하면 마술이나 하는것 같이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그렇게 할
재주도 없으려니와 그렇게 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하는 요가는
일반 맨손체조보다는 약간 과격한 체조에 불과하다.

그 책은 건강 요가라고 불리는,건강을 위주로 한 책이어서 그 중에서 내
건강에 도움이 될 체위(호흡기 간장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7,8종을 골라서
연습하기 시작했다. 이 체위에는 서서하는 체위와 누워서하는 체위가
있어서 서서하는 체위는 아침 산책때,누워서하는 체위는 산책에서 돌아와서
연습하기 시작한 것이 69년말이었으니 아침 산책을 시작한지 33년이 되었고
건강 요가를 시작한 것은 24년째가 되는 셈이다.

간장병을 앓고난 후에도 원래 좋아하는 술이라 계속 마시고 있으며 때로는
과음을 하기도 하지만 그다음 아침 산책을 하고 나면 아무 지장도 없다.
그후 아직까지 큰 병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것도 아침 산책과 간단하게
끝낼수 있는 요가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내 건강법을 이상적인 건강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돈이 한푼도 들지 않는다. 둘째 언제든지 상대방 없이 혼자서 할수 있다.
셋째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다.

서울에는 근교에 아름다운 산이 많아서 등산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낙원이라고 한다. 도보로 혹은 버스나 전철로 15분정도만 가면 얼마든지
좋은 산책로 혹은 등산로가 있게 마련이다. 자연을 이용하고 활용하는
사람에게만 자연은 그 혜택을 주는 것이다. 내가 처음 시작할때 보다는
상당히 더많은 사람들이 아침산에 올라 오는 것을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아침 산책의 효험을 알게 되었구나 생각되어서 동지가 더많아진 기분이다.

건강이란 일조일석에 얻어지는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건강이란
자기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지 나 대신 다른사람이 나를위해 내 건강을
얻어다 줄수도 없다. 자력으로 일일만보를 실천해볼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