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피혁(대표=이길용.55)은 청주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
가죽원단생산업체이다.

신발과 자동차시트커버 핸드백및 소파용 가죽원단을 생산한다.
미국등지에서 우피를 들여다 여러가지 원단을 만들어낸다.

하루에 가공하는 원피는 5천장(1장은 소한마리분)에 이른다. 이는 국내
2백여 원피가공업체들이 다루는 물량 5만장의 10%에 달한다.

이 회사의 쇠가죽생산능력은 국내 최대규모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규모이다.

가죽원단분야의 선진국으론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일본등이 꼽히지만 이들
국가의 업체도 이만한 생산능력을 갖춘 곳은 없다. 90년 청주 2공장준공을
계기로 최대생산능력을 갖게됐다.

이 회사는 단지 규모만 큰게 아니다. 기술면에서도 상당히 앞선
기업이다. 가죽원단중 가장 생산하기 어렵다는 자동차용시트커버를 91년에
국내 처음으로 개발해냈다. 그랜저등 고급승용차에 장착되는
가죽시트커버는 고온에서도 변색과 변형이 없어야 하고 제동때 앉은 사람이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자동차용시트커버를 생산하는 가죽원단업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가격은 일반가죽원단보다 2배가량 비싼 고부가가치제품이다.

조광피혁은 생산제품의 대부분을 수출한다. 동남아 중국 일본등 세계
10여개국으로 내보낸다. 지난91년과 92년 연속 2년동안 연간 수출액이
1억달러에 달했다. 피혁업계 사상처음으로 91년 무역의날에
1억달러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최근 몇년동안 가죽원단업체들이 판매확대에 어려움을 겪어 매출신장률이
10%선에 그쳤으나 조광은 89년 4백83억원에서 90년엔 8백4억원,91년
9백55억원,92년 1천1백4억원으로 연평균 매출신장률이 약30%에 이르고
있으며 올해는 1천3백20억원으로 19.6% 늘려잡고 있다. 가죽업계는 조광의
이같은 성장이 "가죽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경제계 일각의 목소리를
잠재웠다고 평가한다. 업체가 하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성장가능성이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꼽는다.

조광을 이끌고 있는 이회장은 독특한 경영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경영에
관련된 모든 권한을 임원진과 관리직에게 넘겨주고 있다.

심지어 인사권과 자금운용권도 이들에게 이양하고 있다. 중역을
영입할때도 전문경영인인 사장이 결정한 내용을 사후에 보고받을 정도다.
영업은 영업담당상무에게,자금은 자금담당임원에게 1백% 권한을 준다.

모든 업무는 해당분야를 가장 잘 아는 담당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지난 19일엔 서울사무소를 하월곡동에서 가락동으로 신축 이전했는데
연건평 4백50평규모의 사옥건축은 업무부장에게 일임했다.

이회장은 항상 "나는 구매과장이야.
다른 업무는 당신이 알아서 해"라는 말을 임직원에게 반복한다.
원피구매에 관한 일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아니까 직접 맡지만 나머지일에
대해선 자신의 말이 절대로 명령이 아니고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임직원을 회장실로 부르는 일도 거의 없다. 할 말이 있으면 자기가
담당자에게 가서 얘기한다.

이런 식이니 임직원은 모든 업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한다. 이들이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것도 윗사람이 시켜서 하는게 아니라 신이 나서
스스로 할 뿐이다.

이회장이 이같이 파격적으로 권한 이양을 하고 간섭을 안 하는 것은
해당분야를 잘 모르거나 회사일을 등한시해서가 아니다. 그는 고대 상대를
졸업한뒤 창업주인 부친(이영근씨.80년작고)아래서 60년대초부터 호되게
경영수업을 쌓았고 79년에 경영권을 넘겨받아 현재까지 약30년간
가죽분야에만 종사해왔다. 생산 영업 무역 구매등 각 분야를 두루 거쳐
누구보다도 가죽사업전반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절대로 독선적으로 운영해선 안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지난 36년 부친이 창업한 회사를 이어받아 최대업체로 키운 이회장은
앞으로 몇년안에 미국의 가든 스테이트사처럼 기술면에서 최고업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김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