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는 거야" "어째서?그럼 형은 오쿠보의 행위가
배신이 아니란 말이야?" "배신이라고는 할수 없지. 거사는 어쩌다가
빗나갔지만,그럴 경우 누구나 거절할 수가 있겠어? 히사미쓰가 오쿠보에게
자기 보좌역을 맡아달라고 했을게 아니냐 말이야. 오쿠보가 그런 말을
했겠어?그런 말을 한다고 들어줄 히사미쓰도 아니고" "형,히사미쓰가
누구야? 게쓰쇼 스님을 히가시메오쿠리하고 사이고다카모리를 시마나가시
시킨 장본인이잖아. 그리고 막부의 방침에 고분고분 따르는 배알이 없는
놈이기도 하고" "말 조심해. 아무리 탈번을 했지만,자기 번의 실권자를
놈이라니."
동생의 경망스러운 입이 아무래도 걱정이라는 듯이 유스케는 힐끗 눈을
흘긴다.

"좌우간 그런 히사미쓰를 보좌하러 얼씨구 좋다 하고 다가가다니.. 더구나
사이고 형님은 오쿠보 자기와 어릴때부터의 친구잖아. 그런데 친구를
시마나가시 시킨 장본인이 부른다고 서슴없이 가야 하느냐 말이야.
그러니까 동지들에 대한 배신일뿐 아니라,사이고 형님에 대한 배신도 된단
말이야" "내 생각에는 아마미오시마에 가있는 사이고 형님이 그 소식을
들으면 좋아할 것 같은데." "좋아하다니,어째서? 자기를
배신하고,히사미쓰의 보좌역이 됐는데,좋아한단 말이야?" "글쎄,그런
경우는 배신이라고 할수 없다니까. 오쿠보가 실권자의 곁으로
다가갔으니,사이고로서는 시마나가시에서 풀려날 희망이 생기지 않았느냐
말이야" "그게 잘 될까. 히사미쓰가 사이고형님을 싫어하는데." "그래도
오쿠보가 곁에서 잘 주무르면 말을 안듣고 배기겠어" "주물러?하하하."
지사에몬은 웃고나서, "좌우간 나는 오쿠보가 그렇게 우리를 배신하고
보좌역으로 들어가자,더러워서 침을 내뱉고,탈번을 해버렸다구" 하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혼자서 탈번을 해오면 뭘 어쩌려고 그래.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때가
되면 동지들과 같이 행동을 안하고.. 내가 보기에는 네가 성충조의
동지들을 배신한 것 같은데." "뭐라구?내가 배신을 했다구?"
지사에몬은 그만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내뱉는다.

"왜 핏대를 세우지?그저 해본 소린데." "나 혼자서 이이나오스케의 목을
날리고 말테니까 두고 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