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새벽(한국시간) 워싱턴에서 있었던 미일정상회담은 시기적으로 특히
많은 관심이 쏠렸던 회의였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이날 회담은 우선 클린턴미대통령취임 이후 최초의 미일정상만남이었다는
의미가 있었다. 오늘날 세계에서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주도세력으로서의
위치는 냉전종식이후의 여러가지 환경변화와 경제력쇠퇴경향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가 휘청거리고 있는 지금
군사적으로는 그 위상이 과거보다 더 높아진 측면도 있다.

그런가하면 일본은 절대규모에서는 아직 미국에 열세이지만 엄청난
무역흑자가 말해주듯 경제의 질적 위력에 있어서는 세계최강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를 발판으로 현재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강화에 열중하고 있다.

이번 회담으로 클린턴의 전세계 주요 열강들과의 외교현안에 관한 탐색과
조율작업은 일단 마무리되었다고 할수 있다. 그는 이달초 밴쿠버에서 옐친
러시아대통령과 회담한 것을 비롯 콜독일총리를 포함한 서방지도자들과
이미 만난바 있다.

미일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문제등 국제문제에는 양측이 대체로 쉽게
의견일치를 보았으나 양국간 통상문제에는 심각한 이견이 있었고 그걸
불식하지 못한채 헤어졌는데 이 점이 우리에게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통상현안을 둘러싼 미일간의 불협화음은 결코 두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여파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상대국에 미치고 동시에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장래와도 관련이 깊다. 그런데도 이들
세계 제1,2위 경제대국정상은 통상문제에서 쌍방의 입장차이를 더 넓힌
인상이었다. 클린턴이 일시장의 폐쇄성을 공박한데 대해 미야자와
일총리가 미정부의 관리무역(managed trade)강화기도를 비난하면서
자유무역을 강조한 대목은 입장차이의 크기를 실감케 할 뿐아니라 역설적인
느낌마저 든다.

우리는 미국의 관리무역강화움직임,일방적 규제위협도 문제지만 일본의
실질적인 시장개방과 자유무역구현이 못지않게 절실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일본은 오는7월 동경의 G7(서방선진7개국)정상회담 주최국으로서
세계경제회복에 뭔가 실질적인 기여를 해야할 입장에 있다. 미국과 일본이
경제대국에 걸맞는 책무와 역할을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