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세계는 참 묘하다. 사업내용을 보면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범인들은 생각지도 못할 기발한 아이디어 기업들이 줄지어 생기고
사라진다. 거대기업들이 아무리 몸집을 부풀려도 손이 미치지 않는
"구석"이 있다. 아킬레스의 발뒤꿈치처럼 "허점"같은 곳이 있게 마련이다.
사업가들에게는 바로 이 부분이 가능성있는 분야인 것이다.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을 것같은데 이런 틈은 의외로 넓다.

"스키마를 노려라"는 말은 근거없이 나온게 아니다. 스키마란 틈을
뜻한다. 기존기업들이 생각지않는 사업에 뛰어들라는 것이다. 그만큼
"기업가"들이 등장할 여지는 많다. 참신한 발상으로 중견기업대열로
진입하는 "젊은 기업"들이 줄을잇는 시대가 됐다.

오사카의 닛코도(일광당)라는 회사가 이런 예에 들어간다. 세계적인 붐이
일고있는 가라오케기기전문메이커다.

이회사의 설립자인 다카시로사장은 레코드행상출신이다. 그는 가수들이
레코드판촉을 위해 레코드판매점앞에서 노래부르는 것을 보고
가라오케시스템을 구상했다고한다. 그는 "음악을 듣는 시대에서 부르는
시대"라는 변화를 시도했다. 세계최초의 가라오케메이커는 이렇게
등장했던 것.

이 회사의 매출액신장률을 보면 놀라게 된다. 지난85년 95억엔이던 것이
90년에는 1백93억엔,지난해말에는 3백억엔을 돌파했다. 닛코도는 기계뿐
아니라 소프트쪽에도 치중하고 있다. 매달 50곡이 수록된 신제품을
1~2장씩 시장에 내놓고 있다. 세계의 노래 4천여곡을 소프트화해 놓은
상태.

신니혼기상해양이라는 회사역시 "스키마 기업"에 들어간다. 경제발전과
함께 환경파괴문제가 부각될 것에 착안한 환경전문컨설팅회사이다. 이
회사는 수질 토양 대기등의 오염조사,환경시스템개발,건설컨설팅등 폭넓은
사업을 펼친다. 도로 항만 공항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 더불어 영업이
급신장하고 있다. 환경문제 전문가 2백60명을 확보한 환경두뇌집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관공서등으로 부터의 수요가 75%를 차지할 만큼 이
부분에서 인정받는 업체이다. 지난해에는 시즈오카현에 23억엔을 들여
"환경창조연구소"를 발족시킨바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보다 좋은
환경창조를 위한 각종R&D,수탁실험,환경기획,환경제안업무를 한다.

신종기업들은 내수부진속에서도 건투하고 있다. 도산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지만 젊은 기업인 까닭에 성장률이 비교적 높다.

닛케이비즈니스가 실시한 벤처기업실태조사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93년 3월말 결산기 기준 1천개 벤처기업의 실적은 매출액이
6.4%,경상이익이 11%정도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벤처기업 특유의
독창성과 기동력으로 시장변화에 적절히 대응한 때문이다. 은행 증권
자동차 가전 반도체등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수익성악화로 고전한 것과는
좋은 대조가 된다.

현재 일본산업계에서는 사내기업가제도가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이다.
효율적인 사업다각화,종업원사기진작,경력사원들에 대한 전직대책이 되는
까닭이다.

후지제록스는 "벤처비즈니스 챌린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사원들로부터 매년 신규사업 아이디어와 그 사업경영자를 사내에서
공모하고 있다.

소니 미쓰비지상사,신니혼세이테쓰등도 이런 사내 기업가공모에 열심이다.

"기업가시대"가 열리면서 일본청년기업가협회(회장 후쿠시마마사노부)라는
단체도 생겼다. 이는 기업가의 탄생을 조직적으로 뒷받침해주려는
취지에서 발족된 것이다. 회원들은 주로 유통이나 서비스업의 젊은
경영자들로 구성돼 있다.

희망자들에게 외국의 건강식품을 알선해주거나 판매점개점등 경영지도를
해준다. 현재 2백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는데 이중 절반정도가 새로운
사업전개에 관심을 갖고있다.

세키모토NEC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뉴비즈니스협의회도 젊은 기업가육성에
힘을 쏟고있다.

히토쓰바시대학의 이토구니오(이등방웅)교수는 벤처기업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벤처기업들은 현재 기존 일본기업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
좋좋은 물건을 값싸게 팔고 있다는 구미기업들의 빈축을 벗어나 좋은
상품을 철저한 서비스로 비싸게 팔수 있다"
젊은 기업가들을 길러내는 것은 그만큼 산업계와 자본주의에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