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이 수여되는 "오스카의 밤"은 미국의 "국민적 TV 축제"의 하나
로 꼽힌다. 지난달 29일밤 제6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미국내에서 7천6백
만명이 지켜봐 10년래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스타들의 화려한 이 연례축제가 영화예술의 대제전이냐,그저 흥행을 노린
겉치레 상업주의냐를 놓고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무심결에 지나갔던
영화도 일단 후보에 오르면 재상영돼 톡톡히 수입을 올린다. 누가
무슨상을 타느냐에 보다 누가 무엇을 입고 어떤 머리모양을 하고
나왔느냐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이때문에 "오스카 패션의 밤"으로도
곧잘 불린다.

유명디자이너들이 후보에 올랐거나 인기가 높은 스타들에게 서로 자기가
디자인한 옷을 입히려 경쟁을 벌이고 이들 스타가 이날 입었던 옷은 엄청난
값에 팔리기도 한다. "원초적 본능"의 "섹스 심벌" 샤론 스톤은 베라왕의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로 그레이스 켈리의 우아함을 담았고 여우조연상의
마리사 토메이는 샤넬의 실크드레스로 오드리 햅번을 재현했다. 알
피치노와 진 해크먼의 조르주아르마니 디너 자켓이 돋보인 반면 "용서받지
못한 자"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붉은가죽 클립
타이가 검은 보타이만 못하다 해서,"용서받지 못할 차림"으로 판정받기도
했다.

바로 몇년전 할리우드의 6대 스튜디오중 3개가 일본등 외국인수중으로
넘어갈 때만해도 "할리우드 외국인에 점령-아메리카 그 혼을 팔다"라고
법석이었다. 그 우려는 실로 기우였고 할리우드는 "하나의 세계"라는
기치아래 세계를 아메리카화하고 있다. 미국의 영화수지흑자는 연간
40억달러. 잭 발렌티영화제작협회장은 "세계를 상대로 한 영화제작에
할리우드가 독보적이며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다"고 단언한다.

영화 "터미네이터2"는 세계적으로 5억달러,"원초적 본능"은
3억5천만달러의 매표수입을 올렸다. 한국은 이 할리우드의 일곱번째 큰
수출시장이다. "영상제국 할리우드"의 위력에 눈을 돌린다면 미국의
"영향력쇠퇴"는 그 의미가 절로 반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