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시대는 단순히 돈값이 싸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만성적인
자금초과수요나 가수요가 사라지고 따라서 은행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도
저금리시대의 현상중의 하나다.

최근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한도를 확대하고 대출서류를
간소화하는등 제도개선에 앞다퉈 나서는 것도 저금리시대의 풍속도로
볼수있다.

금융기관의 변신 못지않게 기업이나 개인들의 금융관행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미 변화의 서곡이 울리고 있다.

쌍룡그룹의 경우 회사채발행등 직접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방식에 관심을
보이는등 금융거래의 다양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자금을 배분받으려고
줄을 서는등 "은행돈 빌려쓰기경쟁"의 대열에서 빠져나오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있다.

(주)쌍룡의 윤중권자금부장은 대기업에 대한 여신관리등 각종 규제해제를
전제로 "저금리시대에 대비해 직접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을 늘려 나가고
제1.2금융권과의 거래관계를 종합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전자 자금팀의 한관계자는 이젠 해외에서의 자금조달에 관심을 가질수가
없다. 이렇게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대기업이 필요자금을 글어쓰는 만큼
국내시장에서의 중소기업 몫도 늘어나게된다. 대기업 "편중여신"이라든가
"특혜금융"이란 말자체가 없어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저금리시대엔 기업의 재무전략은 바뀔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기관과의 모든 거래를 재점검,조건이 맞지않거나 불리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거래금융기관에 등을 돌릴수 있다. 단저장고로 특징지어지는
금리시대의 금리구조를 이용하는 자금전략이 당연히 전개될 모양이다.

"저금리시대에 들어서면 금리는 시장의 수급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금리예측이 어느정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에 맞춰 기업들은 필요자금의
성격에 따라 조달창구를 달리하는등 정상적인 재무전략을 펼수있게 된다"
삼성물산 현만영자금팀장은 저금리시대의 기업대응책을 이렇게 말한다.

중소기업에도 저금리시대는 소망스러운 것이다. 금융비용부담이 줄어들고
자금을 끌어 쓸수 있는 기회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미치는 여파는 더 클수밖에 없다.
금융관련정보에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고 대외신용도도 떨어져 기존의
거래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패턴을 강구하는데 제약을 받게 마련이다.

최근들어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제도를 개선하는등 대출고객
끌어오기 경쟁을 벌이고는 있으나 사업리스크를 안아야 하는 중소기업보다
돈 떼일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계부문의 공략에 더 치중할게 확실하다.

이래저래 중소기업도 새로운 여건에 적응하기 위한 변신의 노력을 더욱
경주해야할 입장이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저축의 주체인 개인(가계)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지않다. 고수익이 보장됐던 그동안에는 은행의 지명도나 편리성을
감안해 거래금융기관을 선택하면 됐다. 그러나 저금리시대에서
저축주체들은 한푼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쪽을 선호하게 된다. 금리에
보다 민감해지는 것. 최근 투신의 공사채형수익증권 수탁고가 급증한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금융전문가들은 저금리시대에 있어 개인들은 가능한한 장기대출을 원하는
반면 예금은 단기화경향을 띤다고 설명했다. 특히 거액예금일수록
고수익을 좇는 추세가 두드러진다고 전망했다.

금리의 하향안정세는 그만큼 사회가 안정돼 있다는 것과 통한다. 저축의
필요성이 커지는 셈이다.

"저축성향은 금리가 안정될수록 증가하게 된다"고 말하는
김원기신한종합연구소 금융1팀장은 "개인마다 자신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자금계획을 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아직 저금리시대를 헤쳐가기 위한 기업이나 가계쪽에서의 두드러진 변화는
찾기 어렵다.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이 기업의 수요감퇴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지,아닌지 정확히 감지할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등 대기업들조차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1년이상의 장기자금을 확보하는데만 신경을 쓰고 있다. 기업쪽에서
자금수요가 본격적으로 일어나면 시중실세금리는 언제든지 오름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시대는 정부의 인위적인 금리인하조치가 만드는게 아니다.
기업들은 무분별한 투자를 삼가고 엄격한 자기책임원칙아래 금융거래에
나서고 개인들도 자기소득수준에 걸맞는 소비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이같은 기업 개인들의 노력이 저금리시대 정착에 도움을 주기 위해선
직접금융시장육성,해외자금조달기회의 확대등 보완책이 뒤따라야함은
말할나위도 없다.

<송재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