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삼성 대우등 종합상사들은 최근 거듭되는 엔화값의 수직상승세에도
좀처럼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않고있다. 무협등 무역관련기관등은
"엔고가 우리수출에 가져다줄 긍정적인 효과"를 계산하느라 주판알
튕기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 역시도 신명을 내는 분위기는
아니다.

지난80년대후반 엔고등으로 촉발됐던 이른바 "3저호황기"때의 들떠있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한마디로 무덤덤하기 그지없는 반응들이다.

까닭은 간단하다. 이번 엔고는 우리의 수출경기를 제대로 부추길만 하지
못하다고 본것이다.

삼성물산 박철원전무는 "우리나라 수출산업이 엔화값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고 잘라말한다. 수출주도품목들이 더이상
일본상품과 경합관계에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사실 일본기업들은 80년대후반의 엔고때 체질을 강화,수출상품의
고부가화에 사력을 다했었다. 이미 전자제품의 경우 반도체등 일부
기술집약형 품목을 빼놓고는 대부분 생산기지를 동남아로 옮겨놓은 상태.

단적인 예로 일본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산 VTR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지난90년만해도 71.1%로 단연 1위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엔 이 점유율이
38.2%로 뚝 떨어졌다. 반면 90년 0.01%에도 못미쳤던 태국의 일본
VTR수입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4.9%로 치솟으면서 대일VTR최대수출국가로
떠올랐다. 이는 소니 마쓰시타등 일본굴지의 가전업체들이 생산기지를
태국으로 이전,대거 역수입하고 있는데 따른 것.

동남아국가들은 이처럼 일본기업등의 생산기지로서 일본시장은 물론 미국
유럽등 주요시장에서 우리나라상품을 밀어내고 있다. 여기에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않다.

이처럼 우리나라 주종상품들의 대일경합정도가 약해진만큼 "엔고"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게됐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중국과 동남아국가들의
통화는 엔고에 따른 우리나라 원화의 절하폭보다 더큰 폭으로
절하,가격경쟁력을 더욱 강화한 상태여서 섬유 신발등 노동집약품목에서는
엔고의 역효과가 있을 것으로까지 우려되고있다.

이 때문에 업계일각에서는 엔고가 우리의 수출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대일의존도가 높은 원부자재등의 수입가격이 높아지는 부정적
측면이 더 강하지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우리산업구조가 일본등으로부터
중간재와 시설재등을 들여와 조립가공,제3국에 내보내는 형태를 띠고
있는만큼 엔고 로 인한 수입비용상승부담은 수출원가를 끌어올리는 작용도
한다.

(주)대우 민병관기획조사부장은 이와관련,"엔고가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측면은 50대 50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엔고가 우리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무협 최세형상무는 "엔고로 수입비용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우리업계의 부품 국산화를 촉진시켜 경제체질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엔고가 수입에 미치는 단가상승영향은 즉각
나타나지만 수출개선효과는 보통 6개월이상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일본과 경합이 가능한 고기술품목에만 엔고효과가
미칠뿐 가뜩이나 수출부진으로 고전해온 대부분 경공업품목은 되레 부정적
영향을 더받게돼 수출의 품목별 부익부 빈익빈현상까지도 예상되고 있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