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에 따른 "비효율"과"비만"의 대명사로 불려온 한국전력이 체질전환에
나섰다.

한전은 지난 90년부터 추진해온 "92810"계획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수 있는 여건이 어느정도 조성됨에 따라 향후2년6개월을
목표기간으로 하는 "95810"계획에 재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89년말
92년8월로 예상되는 전력공급위기에 대처하기위해 추진한 1차계획으로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고 보고 이번에는 95년8월까지 전력공급과 경영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전력공급의
"량확보"에서 "질제고"로 한차원 높은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게 한전의
의욕이라고 할수있다.

한전은 이번 계획에서 앞으로 2년반안에 현재 10%수준인 공급예비율을
12%이상으로 높이고 발전소 기당고장은 연간 1.4건에서 0.8건으로 줄인다는
목표치를 설정했다. 발전소 열효율과 송배전손실율을
정전시간규정전압유지율등은 물론 사무처리절차에 까지 수치적인 목표를
설정,95년에는 경영효율을 동경전력수준으로 높여나간다는 청사진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전이 이같이 자구노력에 나선 것은 사실 독점으로 인한 비효율이 한계에
달해 더이상 몸집을 추스리기 어려울 정도로 비만해진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손도 안대고 코를 푸는"독점체제로
조직의 풍토가 관료화된데다 경쟁의식이 결여돼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렵게 돼있다는 설명이다.

한전스스로도 "95810"계획을 추진하게된 요인의 하나로 "부정적인
기업문화"를 지목하고 있다. 한전은 내부직원간에도 다른 부서의
사업에대해 방관이나 냉소적자세를 보이는 관료적
부수적풍토,경쟁의식부족으로 나타나는 국영기업의 타성,적당히 처리하려는
주인의식 결여,일보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온정주의등으로 창의성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게 자체진단이다.

경영효율이 국내타기업이나 인접국가의 전력회사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는 흔적은 여러가지 경영지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발전소 기당 고장정지건수는 연간 1.4회로 동경전력의 2배수준이다.
전력수요자 가구당 연간 정전시간은 2백68분으로 일본(26분)의 10배를 넘고
대만(2백31분)보다도 많다. 규정전압유지율도 일본이나 대만은 99.9%인데
비해 한전은 98.6%로 질적취약점도 눈에 띈다. 종업원 1인당 전력판매량등
생산성측면에서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전자체내의 사무관리가 낙후돼 있는 점 또한 비효율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자체분석결과 91년말 현재 보관중인 문서가 약10억장. 문서를 쌓아둔
높이만도 1백20 에 달하고 공문을 사업소까지 보내는데 최장 15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고 국내여타기업에 비해 경영여건이 크게 나쁜 것도 아니다.
한전의작년 순이익은 약7천6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91년에
법인세를 가장 많이낸 현대중공업의 신고소득이 1천6백33억원이었던데
비하면 실로 "초우량"기업이다. 매출액경상이익률은 91년 12.6%로 국내
제조업평균(1.4%)의 9배수준. 장치산업인 점을 감안해 총자본경상이익률로
치더라도 한전은 8.7%로 제조업평균(1.8%)의 5배에 가깝다. 이같은
이익률은 성격이 유사한 국내 전기가스업 평균을 넘는 수준이기도 하다.
그만큼 돈을 쉽게,그리고 많이 벌어 적게 투자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전력요금이 공공요금으로 취급되고 그동안 부진했던 전력시설투자도
정책오판 때문이고 보면 한전의 운신이 힘든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툭하면
터져나오는 비난과 의혹,잡음은 경영방만을 탓하지 않을수 없다는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양질의 에너지에 대한 수요증가,발전사업의 경쟁체제요구 격화등을
감안할때 규모에 걸맞는 경영체질개선이 시급하며 이같은 시점에서 한전이
제2의 도약을 선언하고 나선것은 시기적절한 선택임에 틀림없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