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에 시달려온 면방업계가 되살아날 것인가. 아직 때이른 전망이긴
하지만 올해 면방산업의 완만한 경기회복이 점쳐지면서 깊은 침체의 그늘을
벗어날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있다.

이는 수요감소와 경쟁력상실로 구조적 불황의 양상을 보여온 면방업계에
새로운 여건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따른것이다. 면방업계는 89년이후
경기부진,인력난,인건비상승,후발국의 시장잠식등이 겹쳐 지속적인 침체의
길을 걸으면서 금하방직이 부도를 내고 영남방직이 법정관리로 넘어가는등
거의 한계상황에 내몰렸다.

올해 면방업계의 경기호전이 기대되고 있는것은 몇가지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 첫번째가 원면값의 지속적인 안정추세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있는 원면가격의 등락은 면방업계의 경영을
좌우할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원면값이 면사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웃돈다.

원면가격(표준품목 SLM 1과1/ 인치기준)은 지난90년말 파운드당
71.29센트에서 91년4월 84.68센트까지 치솟으면서 업계에 깊은 주름살을
주었었다. 이후 중국 파키스탄 호주 러시아등의 대량출하로 세계적인
공급과잉현상이 나타나면서 원면값이 급락,지난해 4월 57.18센트 10월
47.26센트 12월말 51.28센트로 안정추세를 보이고있다.

올해 작황전망이 엇갈려 연초 현물시장가격이 60센트를 웃돌고 있으나 이
가격은 년중 55센트안팎에서 유지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대부분의 면방업체들이 65~70센트선에서 원면을 구매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원가부담이 상당히 줄어들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둘째로는 원면생산국이자 세계최대의 면사수출국인 파키스탄이 지난해
홍수와 병충해에 따른 원면작황부진으로 올해 면사수출물량감소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자국면방업체에 국제가격의
절반값으로 원면을 공급,값싼 면사를 대량수출함으로써 세계시장의 27%를
차지해왔다. 이에따라 주력의 일본시장을 거의 잠식한 것을 비롯
면사가격하락을 부채질함으로써 우리업계가 설땅을 잃게 만들었다.
파키스탄의 공세로 카드40수면사기준으로 91년말 고리(1고리는 1백81.44
)당 7백달러였던 대일수출가격이 지난해말 5백달러로,코마40수는
9백달러에서 6백30달러로 30%씩이나 떨어졌다. 이로인해 지난해
면사수출은 1억6천4백30만달러로 91년보다 17%나 줄었다.

수출가격폭락으로 채산성을 맞추지 못한 일신방직 동국방직등이 지난해
대일면사수출을 아예 중단했고 대농 경방등은 월5백~1천고리로
대일수출물량을 절반이하로 줄였다. 파키스탄의 수출감소와 일본의 완만한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대가 맞물려 어느정도 시장을 되찾을 전망이다.

지난해말 충남방적 대전공장의 화재로 인한 전체 생산량감소도 업계로선
호재이다. 충방 대전공장의 화재로 소실된 설비는 정방기
31만6천2백16추로 국내전체보유설비의 8.25%에 이르는 규모. 그만큼
생산량감소가 불가피해졌고 연간 3만8천 에 이르는 충방의 생산감소는 다른
기업의 생산증대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난해말부터 수입면직물에 대해 40%의 조정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올해 1만8천 의 태번수면사에 대해 3%의할당관세를 적용,수입키로했던
계획도 면방업계의 반발로 시행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국내업계의 숨통을 죄어왔던 값싼 동남아산 면사 면직물수입이 크게
억제될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요인들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면방업계가 회생의 계기를 잡을수
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조심스런 관측이다. 파키스탄의 수출감소와
일본의 수요회복이 한국산 면사수출회복과 채산성호전에 도움을 줄것이며
국내생산량감소는 심각한 수준의 재고량을 덜어줄것이란 전망이다.
면사재고는 90년말 1만5천9백 에서 계속 증가,지난해말 2천6천 으로
적정수준의 2.6배에 이르러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왔다.

그러나 이런 호재들에도 불구하고 면방업계의 본격적인 회생전망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전철순대한방직협회상무는 "국내면방업계의
장기침체는 심각한 기능인력난에 따른 생산성및 품질저하 설비노후화
기술개발부진 저가품목대량생산체제유지등 구조적인 문제점에 따른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힌다.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고는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보유설비가운데내용연수를 지난것이 80%를 웃돌고 있고
업체마다필요인력보다 15%이상 부족한 생산직기능인력난으로 면사의
품질저하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최근들어 대농 동일방직 방림등
일부업체들이 극세번수사 멜란지사등 특수사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나 아직
전체업계의 제품수준은 중국 파키스탄등 후발개도국의 것보다 별로 나을게
없다.

주변여건의 호전이 기껏해야 면방업계의 "반짝경기"에 도움을 줄수있을뿐
경쟁력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도 많은 것이다.

<추창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