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3대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임기를 마치고 미주리의 집으로
떠나면서 마치 "거대한 흰 감옥"을 벗어나기라도 하는듯 후련해 했다.
제27대대통령 윌리엄 태프트는 백악관을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곳"이라고 머리를 저었다.

지난 20일 취임식장으로 함께 가기위해 백악관을 찾아온 새 주인에게 부시
전대통령은 "굿 럭 투 유"(당신에게 행운을.)라는 짤막한 인사말만 남겼다.
으레 있게마련인 국민에 대한 고별인사도,그동안 고락을 함께 해왔던
부하직원들에 대한 작별인사도 없이 41대대통령 부시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피츠워터대변인은 "못다한 많은 일들중의 하나일뿐"이라고
씁쓸히 웃었다. 패장은 역시 말이 없는 것인가.

선거에 패배한 직후 국민에 대한 라디오연설을 통해 "승리한 자는 여간
잘못이 있어도 그 잘못이 덮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패배한 자는 조그만
잘못도 침소봉대 되는것이 인간사다. 후일의 역사에 그 심판을 미룬다"고
했다.

부시는 지난13일 선임 레이건 대통령에게 민간인 최고의 명예인"자유의
메달"을 수여하는 것으로 사실상 대통령 직무를 마감했다. 레이건-
부시행정부의 고위인사 대다수가 참석한 이날은 "공화당 백악관12년"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로써 한 시대가
마감됐다고들 하지만 아메리카에서는 매일 매일이 새로운 시작이다.
저녁때 석양은 결코 끝나지 않는 긴 항해의 가장 최근의 이정표일
따름이다. 냉전의 전사로,자유기업의 수호자로 우리가 이룩해 놓은 많은
것들에 자부심을 갖자"고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부시의 4년은 어쩔수 없이
레이건-부시 12년의 일부로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

지난5일 육군사관학교에서 행한 연설에서 부시 클린턴의 "국민
영합주의"가 마음에 걸리기라도 한듯 "국민이 요구한다고 그대로 따라 가는
것이 지도자는 아니다. 참을 것은 참고 인내를 호소하며 큰 방향으로
끌고가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시민 부시는 휴스턴에서 조용하게 지내며 회고록을 쓸 계획이라지만
클린턴대통령이 외교문제 자문으로 자주 괴롭히리라는 전망도 있다. "보다
친절하고 격조있는 아메리카"가 부시행정부의 캐치프레이즈였다. 몸에 밴
"양키식 엘리트 주의"로 그는 적을 많이 만들기도 했지만 세기적
격변과정의 주요 관리자로서 후일의 역사는 "좀더 친절하고 격조있게" 그를
대해 줄는지도 모른다.

변상근(재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