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할인율의 인하를 둘러싸고 벌어진 재무부와 한은의 실랑이는
결국 금리자유화 2단계조치와 재할인율 인하를 함께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가는 모양이다.

규제금리인하를 반대해온 한은이 입장을 바꾸게된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가 생각보다 훨씬 심하기 때문이다. 잠정추계된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이 3. 0%를 밑돌고 산업생산및 기업투자도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실세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통화공급을 여유있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물가안정의
유지보다 경기침체로 부터의 탈피쪽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번의 금리인하로 경기회복에 필요한 기업투자가 되살아날수
있을까. 그것은 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을 좌우하는 실질금리의 안정에
달려있다.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개념으로서
투자수익에 대응하는 투자비용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지난해 업계에서 금리인하를 끈질기게 요구한 까닭도 부동산경기의 침체로
자본이득(capital gain)이 줄어든데 비해 명목금리수준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으로 실질금리부담은 별로 줄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재할인율의 인하를 통해 규제금리가 낮춰지면
다음에는 물가안정의 유지가 금리안정의 관건이 될것이다.

물가수준이 당분간 5~6%선으로 유지된다고 보면 한자리수의 금리수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할인율을 언제 얼마만큼 낮추어야 할까. 현재로서는
재할인율을 지금의 7%에서 5%로 2%포인트 내리고 내리는 시기는 금리자유화
2단계조치를 실시하기 좋은 2월중순쯤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금융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한은주장대로 재할인율을 1%포인트 내려도
규제금리인하에 0. 13%포인트밖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2%포인트의
재할인율인하로 규제금리를 한자리수로 끌어내릴수는 없다. 또한
규제금리를 인위적으로 크게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이번의 규제금리인하는 금리수준자체보다 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을
덜어줘 투자의욕을 부추기고 동시에 금리자유화에 따른 금리상승세를 미리
막는데 있다고 할수 있다. 이같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확실히 2월쯤이 좋은
시기로 꼽힐수 있다. 기업의 자금수요도 적고 시중실세금리도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것이 어렵다면 금융산업개편의 밑그림이 확정되고 새정부의
정책방향도 어느정도 드러나는 7~8월의 하한기도 차선책으로 고려될수
있다. 지금의 경기움직임으로는 이때까지 기업의 자금수요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많지 않다.

금리인하와 금리자유화가 이루어지면 금융기관은 수익성악화와 금리변동의
위험을 극복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꺾기"근절 등 서비스개선과
생산성향상을 위해 온힘을 쏟아야 한다. 기업도 기술개발과 경쟁력강화에
힘써야 하며 새정부는 이 모든 노력을 북돋우는 과감한 개혁조치를
단행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