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직원이 회사명의를 도용,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대출받아
착복했더라도 회사측은 은행에 그 돈을 물어줄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민사지법합의 12부(재판장 강병섭부장판사)는 15일 씨티은행이
연탄제조업체인 (주)대성산업(대표 김의근)을 상대로 낸 대여금등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회사측은 은행에 14억여원만 지급하면된다"며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국내 은행과는 달리 기업대출시 전혀 금융규제를 받지않던
국내진출 외국기업의 자유로운 대출관행을 법원이 보호해 줄수 없다는
취지여서 외국은행들의 대책이 주목된다.

씨티은행측은 지난 89년10월과 90년3월등 수차례에 걸쳐 대성산업
해외사업부 기획관리계장으로 있던 염병기씨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씨티은행으로부터 모두 50억원을 자기앞수표로 대출받아 착복한 뒤
미국으로 도주하자 "회사명의를 이용해 대출한 것인만큼 회사측이 이를
갚아야한다"며 소송을 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은행측은 당시 돈을 인출,해외로 도주한 염계장이
회사의 수출입 업무를 하면서 지금까지 자사와 거래해온 점에 비춰
회사명의로 돈을 인출할수 있는 "대리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정은행과의 거래담당자로 염계장이 지정돼있지 않는데다가 염계장의
업무가 수출입 품목에 대한 결제대금등을 은행에 입금시키는 기계적인 일에
한정돼있는 점에 비춰볼때 회사를 대리할만한 위치에 있다고 볼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