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곧 기운이다. 사고와 행동이 모두 기운에 속한다. 눈에 보이거나
손으로 매만질수 없는 우주의 실체.동양의 운명론과 정사상도 어쩌면
여기에 뿌리를 둔 것이었을까. "사람의 생은 기의 모임이다. 기가 모이면
생이 되고 흩어지면 사가 된다"(인지생 기지취야,취칙위사)는 것은 일찍이
장자의 "지북유"편에 나오는 얘기다. 기란 한마디로 만물의
핵이요,원형질이다. 철학의 뿌리도 여기에 있다. 요즘 들어서 기철학과
정신문화가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진정한 삶의 목적에 접근하려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물질에 대한 정신우위를 드러낸다. 성리학이
동양사상의 바탕을 이룬것도 우주의 본질과 인성의 내면에 관한 해답을
찾으려한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길을 묻는다. 어쩌면 그게 암야행을
닮은 탓일게다.

원효의 "일절유심조"(모든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도 바로 초극의 사상과
몸부림이 담겼다. 현대의 불안도 물신주의가 낳은 산물이다. 어디까지
가야 제길이 뚫리는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도가 한낱 땅강아지와 기왓장에도 있고,심지어 똥 오줌에도 있다고 갈파한
장자는 옛사람이지만,그의 빛살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 가슴마저도 따사하게
비춰준다. "일월의 문화인물"은 율곡 이이(1536~1584)- 신선한 닭띠해의
정월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포근한 덕담 겸해서 그가 끼친 학문과 생애를
더듬어 보는 것도 값진 일로 여겨진다. 한국의 사상가 10명을 꼽는다면
아마 그의 이름을 빼놓을수 없을 것이다.

거유 대학자 대정객 대효자등 최상의 찬사가 꼭 어울린다.

강릉 오죽헌에서 신사임당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성리학자로서 펼친
경륜은 역사에 큰 매듭을 지을만한 것이었다. 멀리는 장자에서 서경덕의
주기설에 이르기까지 그 배움의 계보를 이루면서 후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끊임없이 국정쇄신을 주장하고 정치의 탁월한 "감"을 앞세워 사회비리를
없애려던 기개도 높이 살만한 것이었다. 그의 "10만양병설"도 아랑곳없이
임진왜란이 터진건 뼈저린 교훈이요,"정치란 시세를 제대로 파악해 적절히
변통하는 것"이라는 가르침도 신한국을 표방하는 이 아침에 거듭
아로새길만한 것으로 여겨진다. 역시 그는 큰 스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