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원초적으로 바다를 동경하는 심성이 잠재해있다. 하늘로
날려는 욕망 못지 않게 바다 저편에 있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갈구다. 태초로부터 물살을 가르면서 수면위를 달리는 배를 만들어 낸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다. 그러나 수중으로 배를 잠항시켜 보려는 시도는
인류의 역사가 오랜 연륜을 쌓은 뒤였다.

1620년 네덜란드 화학자인 코르넬리우스 판 드레벨이 만들어낸 잠수함이
세계 최초였다. 선체에 기름을 먹인 짐승가죽을 씌운 나무배로 노를 저어
영국 템즈강의 수심 3m를 잠수했다.

잠수함이 처음으로 전쟁에 이용된 것은 1776년 미국 독립전쟁때
뉴욕항에서 영국군 군함을 공격한 독립군의 1인승 터틀호였다. 그러나
그것은 적함을 폭파하는데는 실패했다.

미국의 남북전쟁중에는 남군이 철제보일러를 개조하여 프로펠러축에
연결된 크랭크를 8명이 돌려서 항행하는 헌리호를 만들어 냈다. 그
잠수함은 북군군함에 어뢰를 명중시켜 침몰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적함을
격침시킨 사상 첫 잠수함이었다.

1890년대에는 유럽해군 기술자들이 축전지를 동력으로 전기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잠수함을 발명해 냈다. 성능은 좋았으나 바다에서 재충전이
불가능해 항행범위가 제한을 받는 단점이 있었다.

그것을 보완한 것이 미국의 발명가들인 존 홀랜드와 사이먼 레이크였다.
잠항시에는 축전지 모터,수면항행시에는 가솔린엔진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적에게 노출되기 쉬운 전망탑 대신에 잠망경을 부착시켰다.

그것이 1차대전중에는 폭발사고의 위험이 큰 가솔린엔진을 안전성이 높고
효율성이 높은 디젤엔진으로 대체한 독일의 U보트로 발전되었다. 독일은
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2차대전땐 해상에서 디젤엔진으로 축전지를
재충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그 역시 수면에 항적을 표출시켜
공격목표가 되는 취약점이 있었다.

미해군은 마침내 1955년 핵잠수함 노틸러스 취역과 더불어
추진.항행.은신시의 모든 문제점을 말끔히 해결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도 엊그제 이천함을 진수시킴으로써 국산잠수함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우리 해안을 명실상부하게 자력으로 지키게 될 날에 한걸음
다가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