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술에 배가 부를순 물론 없다. 그래도 이건 기대와 거리가 멀다.
정부의 참 의중도 아직은 분명치 않다. 이것이 재무부가 엊그제 은행 증권
보험등 제도권 금융관계 기관장회의를 통해 확정했다고 발표한
"금융규제완화대책"에 대한 우리의 단적인 평가이다. 건수는 많은데
알맹이가 없고 그나마 실행여부는 더 기다려 봐야한다.

지금 모든 분야에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개방화 국제화와 관련해서
한국의 금융산업이야말로 다른 어느 부문보다 낙후되어 있다고 말한다.
기업인은 물론이고 경제학자나 금융전문가들도 거의 이구동성으로 그 점을
개탄한다. 금융산업의 선진화없이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회복과 선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재무부의 이번 대책도 결국 그와 같은
선진화노력의 한 과정으로 파악돼야한다. 하나에서 열까지 정부당국의
규제와 간섭을 받아야하는,자율성이 철저히 배제된 풍토에서는 애당초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운운할 처지가 못되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그 속에 담긴 완화내용보다 엄청난 규제의 존재현실을 확인한
점이 더 중요하다. 금융기관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게 이정도일진대
기업이나 개인이 은행 "문턱"을 넘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각종제약과
복잡한 절차까지 합친다면 실로 엄청날 것이다. 그 점을 새삼 확인하게
만든게 첫번째 소득이다. 또 갈길이 멀지만 일단 출발은 했다는 점은
위안삼을 만 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역시 내용인데 그 속에서 우리는 정부가 진정
금융규제를 완화할 의지는 없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음을 감지한다.
건의받은 총2,086건중 중복분을 제외한 나머지 692건가운데 76. 4%에
해당하는 529건을 개선하기로 했고 또 그가운데 절반이 넘는 285건은
"즉시시행"키로 했다고 하나 수수료자율화와 정기예금이자의 복리계산등
몇가지를 빼고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내용이다. 인사문제를 포함해서
자율경영과 진정한 경쟁분위기를 조성할 핵심내용들은 중장기과제로
미루거나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한국의 금융산업은 최소한 수적으로는 경쟁여건을 갖췄다고 본다. 은행의
경우 내달초 평화은행이 또 새로 문을 열 예정이지만 오히려 란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도 아직 몇안되면서 영업활동에서 제약이
없지 않은 국내진출 외국계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까닭은 다름아닌
규제때문이며 규제로 인해 독립적 창의적 경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진정한 자세 전환과 과감한 규제완화 조치가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