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자체"가 한중수교후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있다. 아니 "초비상"이라는
표현이 알맞다.

"간자"라고도 약칭되는 이것은 두말할것도 없이 한자의 중국식 약자,즉
"중국식 한자"다. 실상 중국식한자라는 말 자체가 우습다. 한문자의
원조국이 중국이라는데에 이의를 걸 사람은 없다. 그러기에 그 발상지인
한나라 글자라고 "한자"라 부르고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새로 "중국식 한자"라는 말이 나온 것은 중국정부가 한자 자체의
복잡한 획수를 대폭 줄여 약자로 만들어 사용해 오고 있기때문이다.

그동안 중국과는 국교마저 없었고 줄곧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어 왔기에
간자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대학의 중국어과에서도
간자를 소홀히 다뤄 왔었다.

종래 중국어과 출신들도 대화는 할수있으되 대부분 문자 자체를
판별못하니 아우성칠수 밖에 없게됐다.

그것이 수교후 부쩍 늘어날수밖에 없는 두나라 교류에 현재 국내에서는
간자의 입.출력을 할수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지 않으니 불편이
이만저만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의 컴퓨터 한자는 한.중.일 한자문화권 세나라가 각기 자체
표준코드를 정해 사용해 왔으며 우리나라는 87년 4,000여자의 한자
표준코드를 제정,사용해 왔다.

현재 국내 컴퓨터업계는 간자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뒤늦게 알고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나 아직 걸음마단계란다. 다만 지난해말 서울시스템(주)에서
중국 역사문헌 처리를 위한 출판전문용으로 특수제작한 2,000여자의
간체자가 고작이다.

지금 국내 컴퓨터업계는 학계 업계에서 간자 프로그램개발 요청이
쇄도하자 이제야 허둥대고 있다. 어쩐지 그 둔감한 모양새들이 그야말로
"반컴퓨터적"인것같아 입맛 씁쓸하다.

그동안 90년초부터 한.중.일세나라는 3년동안이나 컴퓨터한자 체계조정에
노력해 오고는 있지만 엇갈리는 이해로 현대판 "오월동주"에 뱃멀미만 앓고
있다.

얘기는 조금 다르지만 지난 6월 파리의 프랑스표준협회 회의실은 벅찬
흥분에 휩싸였었다. 5년동안이나 끌어온 "한글 로마자표기"에 대해
남북한이 단일안에 합의한 순간이었다.

그때 국제표준화기구의 대표는 말했다. 문자통일은 남북 완전통일의
초석이 될거라며"한국인들은 역시 훌륭하다"고.

한자문화권 3국의 한자체계 조정은 동족간 합심보다는 역시 어려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