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는 정규학력이라고는 중졸이 전부. 84년 데뷔한 이래 시집"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고 시집 "길안에서
택시잡기""서울에서 보낸 3주일",소설집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아담이
눈뜰때"등 많은 화제작을 발표해왔다. 장씨의 이번 소설은 파편화된
세계의 묘사라는 특유의 글쓰기를 통해 소위 신세대작가들에게 쏟아진
이제까지의 비판및 자신을 포함한 신세대작가들의 문학론을 담아내고 있어
주목을 끈다.

"나"와 "이정박"이라는 두 사람의 표절작가,베스트셀러작가로 변신하는
"은행원","바지입은 여자",두얼굴을 가진 노동투사인 "오만과 자비",기타
"색안경""후기에 설명하기로함"등 익명의 인물들이 엮어가는 단절된 흐름의
인생유전을 통해 삶의 가변성과 세계의 불확정성을 그렸다.

장정일은 "나""이정박""은행원"의 각기 다른 행보를 그려 신세대작가들의
글쓰기의 공통점과 차이점,특성과 한계를 들려주고 있다. "나"는 꿈을 꾼
내용을 그대로 소설화해 신춘문예에 당선된 신예작가. 그러나 그것이
남미작가의 표절로 판명돼 결국 당선은 취소된다. 같은 꿈을 꾸었다는
"바지입은 여자"가 찾아와 "나"의 위로자가 된다. 그러나 "나"는
"색안경"의 요구에 따라 포르노만 쓴다.

또 다른 작가는 시인 이정박. 그는 김춘수의 시 "꽃"을 변주,"내가
단추를 눌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후략)"고 노래했다가 역시 표절작가로 몰린다. 그는 전업 포르노작가로
변신한다.

여덟식구의 가장으로서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던 "은행원"은 소설을 써
베스트셀러작가가 된다. "은행원"은 "80년대의 소설들은 일상성의
복원이라는 허명하에 인간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포기한 것이거나 여성지의
성공담 수준이었다"고 비판하고 "작가가 사회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믿음은 자아도취다. 문학이나 철학등은 항상 현실을 사후적이고
선택적으로 반영하고 있을뿐 그것이 사회를 변화시켜 왔다는 믿음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그의 문학관을 편다.

신세대 작가들에게 내려진 비판은 대체로
"표절""허무주의""청산주의""경박성""성애로의 환원"등이었다. "나"와
"이정박"은 그러한 비판앞에 무기력해진다.

"경험과 사유의 전멸,그것이 우리들 신세대 문학의 경박한 특징이고
약점이자 한계"라고 고백한 장정일은 그러나 이 작품이 그의 "마지막
읽을거리이고 마지막 연습이 되기를 원한다"고 밝힘으로써 경박한
실험소설에 종언을 고했다.

그러나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적나라한 성표현과 성의 유희화로 최근
"즐거운 사라"와 마찬가지의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권영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