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대학의 총장을 지낸 석학의 집에 어느날 친척뻘 되는 고교생이
찾아왔다. 큰절을 받은 백발의 노학자는 이 젊은이를 반가히 맞았다.

"잘 찾아왔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야구를 한다지?"
"예. 학교의 대표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그럼 투수인가"
"아뇨"
"그럼 포수겠군"
"아뇨. 포수도 아니에요"
"음. 그럼 알았어. 타수구먼"
대학총장을 역임한 대학자라 할지라도 이처럼 국민학교 어린이들도 다아는
상식을 모를수도 있는법. 따라서 석학과 고교생간의 이 대화는 간단히
웃어 넘길수 밖에 없는 촌극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전지전능하다"는 자만이 정도를 넘치면 문제는 심각해지게 마련이다. 특히
그 장본인이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주인공일 경우 그 파장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요즘 북한사회가 보여주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우상화에 영일이 없는 북한은 지난주일 또 한차례
지도자 김정일의 박식선전에 열기를 내뿜었다한다. 북한 중앙방송은
"위대한 지도자"께서 최근 "미술론"을 저술,발간했다고 소개하고 이 저서는
"위대한 주체적 문예사상에 기초해 미술에 관한 독창적 사랑과
이론,창작방법을 전면적으로 체계화하고 집대성한 백과사전적 문헌"이라고
격찬했다. "지도자" 김정일은 그가 지난90년에 저술했다는 "무용예술론"과
더불어 이번의 저작으로 예술적 전문지식을 두루 과시할수 있는 쌍날개를
갖추게된 셈이다.

통일원이 최근 북한의 각급학교 교과서를 분석,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김부자의 "전능"은 한층 더 돋보인다. 초.중.고교의 교과서는 온통
정치사상의 추구,김부자에 대한 개인숭배내지 김일성가계에 대한 전설화로
도배질이 쳐져있는 상태. 인민학교 1학년 제1과는 "원수님의 사진은
언제봐도 기뻐요. 보고싶은 김일성원수님"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고교1년생의 대수교과서에는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원수님과 친애하는
김정일선생님의 은혜로운 사랑속에서 우리근로자들은 하루에 8시간
문화정서생활과 학습을 하고,8시간 휴식한다. 원도표로 표시하라"는
문제가 튀어나온다. 과학과 수학부문의 교과서가 이처럼 김부자의
찬양으로 일관하고있으니 정치경제의 교습내용은 쉽게 신격화로
치닫고만다. 가공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