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개척의 선봉에 섰던 상사맨들에겐 아직도 잊혀지지않는 쓰라린
경험이 있다. 지난 90년 모국내기업이 대연다야오만의 항만설비국제
입찰프젝트에 가장 낮은 가격으로 응찰,가장 유리한 조건이었음에도 국교
가 없는 나라의 기업이라는 이유로 독일기업에 밀려날 뻔했던 것이다. 우여
곡적끝에 시공권을 따내기는 했어도 국내기업들은 "미수교국기업"의 신분
으로 중국내에서 활동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되씹어야 했다.

이제 한중수교로 이런 우려는 말끔히 씻어졌다. 중국정부가 추진하고있는
8차5개년계획(91~ 95년)과 10개년경제개발계획(91 ~2000년)에 다른
나라기업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참여할수 있는 길이 열리게된 것이다.

국교가 수립되지않은 상태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제약으로 우리기업들이
겪은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중국관리들이 우리상사맨들을 만나길
꺼려 상담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게다가 우리기업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부선진국기업들의 집요한 로비공작도 한몫 거들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한중수교서명이후 중국관리들이
한국상사주재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대중투자를 밀어붙이는 기업은 현대와 대우.

"단순임가공에서 벗어나 자본투자회임기간이 긴 분야에 적극 투자해야
할것입니다. 그래야만 우리경제에 플러스유발효과도 증대될수 있어요"
현대종합상사의 박종용북경지사장은 8차5개년계획의 핵심인 <>도로 항만
철도 통신등 사회간접자본 <>탄광 발전소등 에너지관련기간산업
<>기계플랜트및 고부가전자산업등에 집중투자해야 할것이라고 강조한다.

현대의 투자는 원자재개발및 사회간접자본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감숙성 아연광개발계약을 올연말에 마무리짓는대로 내몽고지역의
동아연광개발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사회간접자본프로젝트로는 양자강 황하지역의 대규모 댐공사입찰에
중국업체와 공동으로 들어갈 계획도 갖고있다.

현대중공업의 항만기계설비프로젝트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해 천진
청도 연대등의 항만 컨테이너 하역확장공사를 따내기위한 접촉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지하철공사와 전동차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이러한
사회간접자본프로젝트야말로 우리나라산 원자재를 공급할 수있어 이중의
투자효과를 거둘수있는 것이다.

대우의 중국진출전략도 돋보인다. "자동차산업의 꽃을 중국에서
피워보겠습니다. 중국의 광활한 대지에 고속도로가 놓이기 시작하면
자동차의 수요는 엄청나게 불어날 것입니다"

(주)대우북경지사의 구자일부장은 자동차조립에서부터 판매및
애프터서비스까지 "패키지"로 중국에 진출할것이라고 밝힌다.
자동차분야에서만큼은 중국시장을 놓칠수 없다는 의지를 불사르고있다.

이회사는 중국정부의 "3대3소" 승용차정책에 묶여 승용차대신 버스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3대3소란 승용차제조회사를 큰회사3개,작은회사3개로
억제하는 것이다. 8차5개년계획기간중엔 추가인가가 날수없게
못박아놓고있다. 상해의 산타나,장춘의 아우디,무한의 시트로엔이
3대이다. 세로키 다이하쓰푸 조가 3소이다.

그래서 대우는 고속버스조립생산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상해에 세워질
조립공장은 대우에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중국정부는 "내수"조건으로는
좀처럼 허가를 안내주지만 대우엔 내수75%,수출25%의 비율로
고속버스조립공장 인가를 내준것이다.

구부장은 "내수 대수출의 비율을 3대7로는 허가를 해주지만 내수비율을
이같이 높게 허용해주는것은 매우 드문일"이라고 말한다. 대우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생산하는 것이니 거의 상용차완제품수출에 가깝다고 할수있다.

8차5개년계획이 끝나는 95년엔 70여개의 고속도로가 개통돼 고속버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일어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오는10월1일 천진에 대우자동차대리점을 연다. 중국정부는
원칙적으로 자동차수입을 금하고 있으나 외국투자 중국진출업체엔 약간의
특전을 주고있다. 대우는 바로 이점에 착안했다.

중국내 투자50만 2백만달러인 외국인업체는 2천cc 이하 승용차 한대를
수입할 수있다. 2백만~ 5백만달러의 경우는 2대,5백만~1천만달러인 경우도
3대까지 허용된다. 대중투자업체가 많아 이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바로
이런 업체들을 대상으로 신문광고를 내 자동차를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대우는 또 자동차 애프터서비스공장도 세운다. 생산에서 고객관리까지의
일관체제 확립이 대우가 노리는 목표이다. 북경의 북진기업과 합작으로
우선 북경아시안게임때 기증했던 1백50대와 그동안 판매한 50여대를 합한
대우자동차 2백여대에 대해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한다. 북진기업은 많은
차를 갖고있는 택시회사여서 적자는 안내리라는게 대우의 전망이다.

이 회사가 추진하는 또 한가지 중요한 투자는 시멘트공장 건설. 연간
2백40만t규모의 시멘트가 도로 항만 댐건설에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있다.

중국산 시멘트는 품질이 떨어져 우리의 선진기술을 접목하면 가격과
품질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수 있다고 확신하고있다.

대우의 꿈은 대우산시멘트가 깔린 도로를 대우자동차가 힘차게 달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젠 대단위 자본이 들어가는 장기프로젝트가 필요한
때이다.

박찬섭무공북경무역관장은 "낮은 임금의 혜택을 누리려고 중국엘 들어가는
시기는 지났다"며 "중국은 이미 완구 신발등 노동집약적 분야에선 우리를
추격해오고있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인 투자안목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