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증시대책발표가 자꾸 늦어지면서 궁금증을 더해 가고 있다.

재무부는 그동안 철야작업을 벌여 만든 증시대책을 오늘 내일사이에
확정지어 발표할 생각이었다. 증시의 붕괴를 수수방관하다간 결국 경제의
안정을 해칠수 있다는 "실리론"에 편승,대책발표를 더이상 늦출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용만장관은 19일 이달통화를 19%대로 신축운용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뿐 증시대책은 좀더 검토를 하겠다고 밝혀 대책(재무부안)을
밀어붙이는데는 이런저런 속사정이 있음을 엿보게 했다. 재무부안이
관계부처및 당과의 협의과정에서 상당한 반론이 제기됐던것도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일사천리로 추진되는듯하던 증시대책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증시를 부양시키려면 어떤 대책이 됐든지
돈을 풀어야 하는데 이게 기존의 경제정책과 배치될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정부는 그동안 입만 열면 긴축기조유지를 강조했었다. 중소기업이
잇따라 부도를 내는 상황에서도 우리경제가 어차피 겪어야할
구조조정과정이기 때문에 긴축기조가 계속돼야한다고 설명했다.
주가하락은 경제의 거품이 걷히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돈을 풀어 증시를

부추긴다는 것은 이같은 정부의 정책기조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고 그래서
부작용도 클수 밖에 없으며 반론도 많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정부가
증시대책을 받표하려면 이에대한 분명한 태도도 함께 밝혀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다른 요인으로는 증시대책 그 자체에 대해 정책당국이 증시회생에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것을 들수있다. 대책을 발표하면 어떻든 증시는
약발을 받고 떨어진 주가는 올라가야 명분이 선다. 그러나 대책의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는지는 요즘의 증시상황으로 볼때 극히 불투명하다. 주가가
하루 이틀 오르다가 또 빠진다면 그땐 속수무책이다.

재무부의 한관계자가 "2조2천억원을 푼 12.12조치도 "재미를 보기는 커녕
지금까지 졸책으로 평가되는 마당에 섣불리 증시대책을 쓸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자신이 없다는 말이다. 대책이
발표되더라도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정책의 신뢰성을 잃는등 망신만 당하고
앞으로의 정책운용에도 제약요인으로 작용할수 있다는 것이다.

재무부가 증시안정채권을 이번 대책의 골간으로 삼고있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책의 실효성을 감안해 포함시킨게 아니냐는
지적들이다. 3조원규모의 증안채권을 발행,이를 주식투자에 쓴다면
어느정도 증시를 부양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또하나의 애로는 형평의 문제가 있다. 주식투자자들에게 갖가기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의 얘기다. 장기보유에 대한 상속
증여세면제나 소액투자자 확대등이 그것이다.

상속 증여세의 면제등은 부의 세습을 합법화시켜준다는 점에서
정책방향자체가 안맞고 일종의 불노소득으로 치부되는 금융소득을
우대하는것은 금융소득 종합과세라는 세정의 기본방향과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들이다.

이런저런이유로 인해 반론이 많이 제기됐고 급기야 좀더 검토해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난것같다.

그러나 증시대책이 난항을 겪는 기본적인 요인은 인위적인
증시부양대책자체가 바람직하느냐의 원론에서부터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때문이다.

"인위적인 부양책은 없다"던 정부의 기본방침이 증시대책발표로
유야무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시대책을 미루고 있는 또다른 요인도 있다. 발표시기가 정치행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영삼민자당대표최고위원이 오는 28일
총재직을 물려받게 돼있어 그때쯤대책을 발표하는게 극적효과를
노릴수있다는 그럴듯한 말까지 나오고있다.

이렇게 보면 증시대책은 지금이 적기가 아니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빨라야 내주초 아니면 이달말내지 내달초로 잡히지 않겠느냐는것. 또
추석대목이 끝난 다음달 중순께 1,2금융권의 전반적인 금리인하와 연계시켜
대책을 발표,효과를 극대화할 공산도 없지않다. 결국 증시대책은
시장상황에 따라 발표시기도 달라질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계속 빠질경우
의외로 빨라질수 있으나 현재의 수준이 어느정도 지탱된다면 대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을때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유화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