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없이 연기해버렸다. 스위스시장에서 4천5백만스위스프랑어치의
해외CB를 팔 계획이었으나 선뜻 사려고나서는 외국투자기관이 없어서였다.
대우측은 이달말까지 인수처를 구해 다음달9일쯤에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수 있도록 일정을 바꿔 여러 외국투자기관들과 교섭을 벌이고있다.
그러나 아직 핵심사항인 해외CB의 발행조건을 확정짓지못하고 있을만큼
여전히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사실 올해들어서부터 국내기업의 해외증권발행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외국투자기관들의 관심이 예전과는 달리 무척 시들해졌다는 소식도 많이
들린다. 특히 해외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같은 주식연계증권들의
판매는 더욱 어려워졌다. 국내주가가 폭락해버린데다 앞으로 오를
가능성도 작다고 보는 외국투자기관들이 투자를 꺼리고있는 탓이다.
예전에는 해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한국물의 물량이 적다는 이점이 있었으나
증시개방이후에는 그나마 희소가치도 없어졌다.
외국인들이 국내주식을 직접 살수있게되어 간접투자대상인 해외증권의
투자메리트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해외증권발행실적은 지난 7월말현재 3억2천6백만달러(4건).
증시개방전인 지난한햇동안 10억6천4백50만달러(20건)의 발행이
이뤄졌던것에 비하면 불과30.6%에 그치는 부진한 실적이다. 현재 추진중인
7건의 해외증권발행이 연내에 모두 성사되더라도 올해 발행실적은 지난해의
70%정도인 7억4천만달러수준에 머물게된다.
연초 재무부에서 예상한 해외증권발행규모 15억달러에 비하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현재 해외증권의 발행요건을 갖추고있는 상장기업수는 줄잡아 1백개사나
된다. 그러나 이중 연내발행을 추진중인 기업은 대우를 비롯
현대자동차(1억5천만달러) 쌍용정유(1억달러) 대우전자(5천만달러)
삼성전기(4천만달러)전주제지(2천5백만달러)성신양회(1천5백만달러)등
7개사정도뿐인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오는9 10월중 해외CB발행을 준비중인 전주제지는 이미 당초예정보다
발행이 5개월이상 늦어진 상태다. 그나마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이달말까지
가지급금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당국으로부터 해외증권발행 승인을 얻을수
있을지 자체가 미지수다.
또 쌍용자동차 동아건설 건영같은 기업들은 그동안 꾸준히 해외증권발행을
준비해왔으나 중도에서 포기하고말았다. 국내외사정에 따른 이런저런
사유로 인해 발행자체를 포기했거나 발행시기를 내년이후로 연기해버린
것이다. 이로인해 이들기업의 자금수급계획도 차질을 빚고있다.
해외증권의 발행조건이 발행기업의 금리부담을 점차 늘려가는 방향으로
바뀌고있는 점도 해외증권발행부진의 한요인이 되고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평균17.5%에 달했던 프리미엄률은 올해 외국투자기관의
투자기피로 한자리수로 뚝 떨어졌으며 반대로 발행기업들이 부담하는
고정금리인 표면금리는 지난해 평균 연4.1%에서 올해 연4.9%로 오히려
올랐다. 해외에서의 인기도가 떨어져 국내기업들이 예전과는 달리
"손해"를 보아야만 해외증권을 발행할수 있는 상황이 돼버린 셈이다.
해외증권을 산 외국인투자자에게 보장해주어야할 상환수익률(YTP)도 점차
높아지고있다. 상환수익률은 지난90년 평균 6.2%였으나 91년7.9%,올해에는
8.2%(7월말현재)까지 올라갔다. 투자메리트가 상대적으로 감소한 주식의
색채가 퇴색하는대신 채권적요소가 강해지는 쪽으로 해외증권의 성격이
바뀌고있는 것이다.
해외증권발행에 따른 고정비용부담이 늘어나자 회사채처럼 아예 주식의
요소를 없애고 고정금리만을 부담하는 고정금리부채권(Straight
Bond)발행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도 늘고있다. 양키본드가 단적인 예다.
올해들어 산업은행외에도 한전(3억달러)포철(2억5천만달러.예정)에 이어
삼성전자(2억5천만달러)도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양키본드발행을
추진하고있다. 해외증권의 표면금리가 연5%가까운 수준이 되자 발행기업
입장에서는 금리부담이 연7 8%정도인 양키본드발행이 더 유리하게
된것이다.
그러나 양키본드나 유러달러채같은 고정금리부채권은 2개이상의
국제신용평가전문기관으로부터 A평점을 받은 기업에만 발행이 허용되는등
요건이 까다로워 대다수의 국내기업에는 아직 요원한 자금조달수단인 것이
현실이다.
해외증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이제 확실히 어려워졌다.
회사채발행과 유상증자가 제한돼있는 상황에서 해외증권발행마저
어려워진다는 것은 기업들에 큰부담이 아닐수없다.
해외증권발행부진은 국내증시침체가 주요인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대량발행으로 해외시장에서 한국물의 희소가치가 줄어들면서 빚어진
필연적인 현상으로 이해해야한다는 평가도 많다. 해외의 신규수요층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들도 일본의 예처럼 해외증권을 상품으로
인식해 발행조건을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켜가는 적극적인
상품개발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문희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