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열기속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장한 젊은 한국인들.,체력은 곧
국력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우리경제가 아직도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걱정스럽기만 하다.

인류의 역사는 생각해보면 보다 새로운 기술을 가진 민족과 나라가 널리
위세를 떨치고 세계의 강국으로 등장해왔던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력은 단순히 군사력이나 GNP규모 혹은 타고난 국민성등에
있는것이 아니고 그기반이 되는 기술수준과 사회혁신의 정도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현대사의 흐름으로 보아 영국은 18세기중엽에 처음으로 산업혁명을
일으켰으며 그후 열강의 나라사이에 각축이 있었지만 20세기초까지 세계의
기술적 패권을 손아귀에 쥐고 있었다. 당시 영국의 경제는 눈부신

기술혁신과 급속한 기업의 성장으로 번영을 구가했었다. 그런데 그 기업의
성장은 탁월한 기업인의 기획보다는 기업외적 환경에 따라 낮은 생산비와
높은 생산성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생산자원 확보에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과거의 영국은 해가 지지않을 정도로 세계도처에 많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던 이점이 없지 않았으나 옥스브리지(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합성어)와 같은 상아탑에서 고도의 과학기술과 기업경영의 지혜를 갖춘
고급인력을 배출하고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기술훈련및 사내교육등으로 잘
훈련된 노동력을 공급했던 것이다.

그러나 20세기초부터 세계의 기술적 패권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패권을 빼앗긴 영국의 경제는 불행하게도 새로운 차원의
산업혁명을 위한 기술의 이점과 새 시장진출의 기회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영국의 기업들은 첫째 규모의 경제를 위한 생산과 유통및 기술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으며 둘째 장기적비전에 의한 투자의지 마저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 미국의 많은 기업들은 1890년대부터 소위 테일러(Taylor)형의
과학적경영기법을 도입하여 공장자동화에 의한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낮은
생산비-높은 생산성이라는 기업성과를 거두어 국제경쟁력을 향상시켰다.

그리고 미국은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주주들이 경영자에게
재량권을 주어 회사의 의사결정을 자유롭게 할수있는 체제,이른바
경영자본주의의 형성과 발전을 이룩했던 것이다. 그후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기업들은 끊임없이 사고(thinking)혁신(innovation)하는
투철한 기업가 정신과 그 능력으로 기술혁신을 이룩하고 대량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가운데 줄곧 번영을 누렸다.

세계의 기술적 우위는 지난20여년동안 또다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경제는 1950년대부터 고도성장이 지속되어 자동차 전자산업등 여러분야에서
높은 국제경쟁의 우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패전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일본은 식민주의적 지배유산과 경험은 물론 낮은 임금및 노동력과 국민들의

절약및 근면성등 기업성장의 비옥한 토양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과거의 미국에서와 같이 정부가 고용기회의 확대와 공정한 분배를
위한 거시경제정책을 실시하고 나아가서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시장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아낌없는 지원을 계속했다.

역사학자 기븐(E Gibbon)은 "어떠한 사회이든 적응의 능력을 상실할때
그사회는 쇠퇴하고 만다"고 했는데 지난70년대 이후 미국은 과거 영국이
겪었던 쓰라린 경험과 같이 일본의 경영혁명과 경쟁에의 도전에 대응하여
기술진보의 상업화를 이룩하지 못했던것이다. 미국의 경제는 아직도
컴퓨터 항공및 우주산업 유전공학등 첨단기술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산업조직과 그 구조의 변화,그리고 새로운
경영전략의 선택이 없다면 일본에 완벽한 세계의 기술적 패권을 넘겨주게
될 것이다.

기술이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이른바 기술패권주의 무드 속에서 이웃나라
일본이 고도의 기술혁신에 힘입어 강국화로 치닫고 있는데 우리경제의
상황은 어떠한가.
엄청난 한일간의 기술격차속에서 극일의 길은 전혀 없단 말인가.
한국경제는 선기술 후성장이 아니라 선성장 후기술의 성장과정을 밟아
왔다. 그리고 그 성장은 무역및 외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진전되었으며 산업기술도 주로 외국기술의 도입과 응용및 그 확산을 통하여
발전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개방화시대에 역행되는 기술보호주의가 팽배해지는
가운데미국과일본및 EC등 선진국으로부터 긴요한 기술을 도입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고있다. 비록 기술도입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나아가서 부담할 기술사용료가 날로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의 기술이전기피현상은 국산화가 어려운 품목과 기술분야의 경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특히 첨단기술을 토대로 하여 산출된 제품은
라이프 사이클이 날로 단축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 비추어 우리 경제는 "기술이 곧 국력"이라는 참다운
정책인식 아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어느 기업이든 기술혁신은 공급측과 수요측 등 두 갈래에서의 자극에 따라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공급측에서 볼때 기술혁신은 나라 전체의 과학적
지식과 기술수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반면에 수요측에서 보면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에 대한 수요가 유발되고 가격이나 수량등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라 기술혁신이 촉진되는 것이다.

요즘 들어 우리기업들은 기술개발이 지체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공급측의 애로,즉 기초과학기술의 진흥이 이루어지지 못한데 원인이 있는것
같다. 특히 과학기술의 요람인 우리의 대학들은 양적인 성장은
이루어졌으나 질적인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산업에의 응용을 위한 기술공급체계가 미흡한
상태에 놓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계에서는 아인슈타인과 같은
과학자가 아니고 에디슨과 같은 발명가를 원하듯이 기술은 실험실에서
나오지만 그 기술의 상업화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기술공급체계의 확립을
통한 애로의 극복을 서둘러야 한다.

기술전쟁의 대혼란속에서 우리 경제는 단순한 위기의 탈출이 아니라
과학기술진흥을 위한 역사적인 새 정책기조의 마련과 충분한 예산(허울좋은
시책이 아닌)의 확보및 산학 또는 산산협동의 증진등 여러가지 제도의
개선으로 기술적 국력을 높이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할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