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부지 사기사건과 관련,정건중씨등은 제일생명으로부터 사취한
270억원중 어음 200억원을 사채시장을 통해 신용금고에서 할인,기업들을
상대로 사채놀이를 해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채시장의 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있다.

지하경제의 표본인 사채시장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사회등 모든 분야의 정보를 가장 빨리 입수하는 "정보수집소"이자 급전을
필요로하는 기업들의 "자금줄".

실제로 서울 중구 명동및 강남구 신사동일대에서 활동해온 전주들은 이미
이번 사건이 터지기 이틀전인 지난2일 일제히 잠적,일체의 거래를
중단함으로써 정보수집력을 과시하는 한편 급전이 아쉬운 상당수 기업들을
자금난에 허덕이게 했다.

현금대출,어음및 사채할인,카드할인등을 주업무로하는 사채업소는
서울시내에만 1,200여군데나 되고 이들의 자금력은 국내 경제력의
25%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관계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사채 중개업자들의 주요 활동무대인 명동과 종로는 해방이후부터 형성된
"전통사채시장"인 반면 강남의 경우 부동산 졸부들의 등장과 함께 번성하기
시작,현재는 명동을 능가하는 규모로 발전했다.

사채중개업자들은 신분을 잘 드러내지 않는 5 6명의 전주와 연결돼 있고
이들 전주는 대부분 기업체간부나 군장성,고위공무원 출신이나 최근에는
부동산으로 치부한 사람들이 사채놀이에 많이 가담하고 있다.

명동에서만 20년째 사채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박모씨(58)는
"사채중개업자들은 전주가 누구냐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지만 거래
기업체의 신용상태는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면서 "80년대초 화신부도사건도
부도 열흘전에 이미 사채시장에 알려져 사채중개업자들은 모두 자기 몫을
챙겼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사채중개업자들이 돈의 흐름에 관한한 천부적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고 따라서 정보도 이들 돈많은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말 제일생명이 정씨 일당에게 건네준 50억원짜리와 100억원짜리
어음이 나돌 당시 어음에 배서한 사람들이 사기꾼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월1푼5리에 할인되던 A급어음이 C급수준인 월2푼5리에 할인돼 유통될 만큼
정보가 빠르다.

<고기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