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경공업제품들이 수출 병목현상에 빠져있다.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등
후발개도국들이 뒤늦게 수출드라이브의 시동을 걸면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은 인건비를 무기삼아 해외주요시장을 잠식해들어오고 있는 탓이다.
무공조사결과 우리제품가격을 100으로 했을때 중국과 태국등
동남아시아국가제품의 평균 가격지수는 신발이 80~85,혁제의류 85,완구는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스웨터는 50~60,혁제가방은 40~60에
지나지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후발개도국들이 일본등 선진국기업들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품질수준또한 크게 향상되고있다는 점이다.
신발의 경우 일본시장에서 중국산은 국산제품과 품질은 거의 대등한
수준이며 클레임대처에서는 오히려 중국이 국내기업들보다 더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노동집약적 경공업제품에 관한한 이제 국내기업들은 단지 가격에서뿐
아니라 품질등 비가격부문에서까지 설땅을 잃어가고있다. 이는 주요품목의
해외시장점유율추이를 보아도 잘 드러난다. 신발의 경우 미국 일본 독일등
3대시장에서 지난89년 평균27.6%를 기록했던 점유율이 작년에는 22.1%로
5.5%포인트 떨어졌다. 이같은 2년사이의 점유율하락폭은 혁제의류로 가면
7.5%포인트,스웨터는 7.9%포인트로 높아지며 완구의 경우는 불과 2년새
14.6%포인트나 점유율이 떨어졌다.
반대로 중국은 이들시장에서 지난89년각각 8.8%,25.3% 43.5%였던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25.6% 35.9% 60.1%씩으로 크게 솟구쳤다.
무공의 최현순상품개발과장은 국산경공업제품의 문제점으로 "최근 중국과
동남아산제품이 기술수준향상으로 품질이 개선되고있는 반면 우리제품은
품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다"는 사실을 들고 "이때문에 바이어들중
상당수가 수입선을 우리나라로부터 이들 후발국으로 돌리는 추세"라고
걱정한다.
이미 일반화돼버린 국내산업의 고임금추세로 보아 국산경공업제품의
살길을 가격낮추기에서 찾을수는 없을 것같다. 수출병목현상의 타개방안은
당연히 비가격경쟁력의 강화,곧 부가가치높이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점에서 무공이 조사한 주요국산경공업제품의 비가격경쟁력현황은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있다.
우선 품질분야에서 문제점이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발의 경우
성능 내구성 재질등에서 세계최상의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있으나
"품질수준이 고르지 못하다"는 지적을 동시에 받고있다.
이율배반적인 평가이다. 이는 기능상의 문제가 아닌 품질관리상에 큰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혁제의류는 끝마무리의 소홀로 품질수준 저하를
자초,바이어를 놓치고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제품브랜드의 지명도를 높이는 작업도 시급한 일이다. 우리제품이
스스로의 브랜드로 해외시장을 뚫고들어가지 않는한 품질이 아무리
우수해도 유리한 조건으로의 수출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무공 동경무역관의 한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일본신발판매상들은
나이키 리복등 유명브랜드제품은 사소한 흠이 있는 경우 아무런 클레임을
제기하지 않지만 2류브랜드의 제품은 완벽하지않으면 반드시 클레임을
건다"고 말한다.
디자인역시 개선이 시급한 분야이다. 품질로는 세계최고수준이라는
신발의 경우 국내기업들이 지나치게 기능에만 중점을 둔 나머지 패션감각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경공업제품은 대부분이 직접 소비자들에게
연결되는 최종소비재이며 그런만큼 소비자들의 구매충동을 자극할만한
패션과 디자인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할수있다.
마케팅분야에서도 개선해야할 점은 많다. 우선 오퍼에 대한 회신의
신속성여부가 문제가 된다. 이는 잠재바이어의 발굴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무공이 조사대상으로 삼은 15개전략수출품목가운데 오퍼에 대한 회신이
신속하게 처리되고 있는 품목은 컬러TV 비디오테이프 컨테이너 타이어
자동차등 단 5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경쟁력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고있는 경공업품목들은
"오퍼"과정에서부터 낙제점을 받고있는 셈이다. "소량주문인 경우 회신을
지연하거나 아예 회신을 않는 경우가 흔하며 한국내경기가 좋을때는
외국수입업체의 오퍼에 관심을 안보인다"는게 많은 외국바이어들의
대한불만사항이다.
소량수주에 소극적이라는 것 또한 시급한 개선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신발의 경우 대량생산설비를 이유로 3천켤레이하단위의 수주를
기피,거래기회를 중국등에 "양보"하고 있다는게 무공의 지적이다.
밴쿠버무역관의 한 관계자는 "캐나다바이어들이 한국업계는 대형수주에만
신경을 쓰고 소량수주에는 무관심하며 회신조차 않는다고 혹평하고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