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렇게 불안한 나라였나요.” “한국 정치는 중남미 수준이네요.” “북한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했어요.”지난주 해외 출장을 다녀온 한 식품기업 대표는 출장 내내 이런 질문과 코멘트를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K푸드 주요 수출국인 동남아시아는 물론 올 들어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글로벌 판매 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며 “30년 공들여 이제 막 꽃 피우기 시작한 K웨이브가 위기를 만났다”고 한탄했다. ○파죽지세 K웨이브에 최대 악재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11월 화장품 수출액은 93억달러(약 13조28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라면, 과자, 음료 등 K푸드 수출액도 90억5000만달러(약 12조9200억원)로 처음으로 9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이 K콘텐츠를 기반으로 소프트파워를 키워가자 기업들이 이런 트렌드에 올라타 이뤄낸 성과다.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국격은 물론 K브랜드에도 큰 타격을 가했다. 한 화장품업체 대표는 “힘겹게 쌓아 올린 K브랜드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일순간에 무너뜨렸다”며 개탄했다.대부분의 식품·뷰티업계 경영진은 “당장 직접적으로 수출 주문이나 상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장기간 부정적인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행사는 이미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한 인바운드 전문 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계엄 사태 이후 사흘간 하루 수백 건씩 ‘여행을 가도 괜찮은 것이 맞느냐’ ‘치안은 어떠냐’는 문의를 받았다”고 했다. 관광객이 줄어들면 올리브영, 무신사스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국 불안에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사업 구조개편 작업마저 무산됐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12일로 예정된 ‘분할·합병 임시주주총회’를 전격 철회했다. 디지털 전환 및 지속가능 경영체제 구축을 골자로 한 ‘뉴 두산’ 청사진이 좌초 위기에 처한 것이다.두산은 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낸 뒤 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그룹 차원의 사업 구조개편을 5개월 넘게 추진해왔다. 친환경 에너지, 지능형 기계, 반도체·첨단소재의 3대 축으로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기 위한 야심 찬 시도였다. 합병신고서 정정·철회·재제출 등 우여곡절 속에서도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이던 두산의 신사업 구상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비상계엄에 따른 주가 급락이다. 성공의 키를 쥔 에너빌리티 주가가 추락해 부담해야 할 주식매수청구권 비용이 거의 1조원에 육박한 게 결정타였다.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집권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탈원전 회귀 우려도 주가 낙폭을 키웠다. 민주당은 이미 감액 예산안에서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사업과 소형모듈원전(SMR) 제작지원센터 구축 등 차세대 원전 연구개발(R&D) 예산을 정부안 대비 90~100% 삭감했다. SMR 분야 선두 주자인 두산에너빌리티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탄핵 정국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두산그룹은 구조개편 재추진 여부도 말끝을 흐리는 실정이다. 이런 어려움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기업에 공통이다. 도널드 트럼프발 보편 관세로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와중에 핵폭탄급 정치적 불안정까지 겹쳐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위상 저하가 심히 우려된다. 계엄·탄
베트남에선 수년째 부정부패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슬 퍼런 공산당 일당 독재 국가에서 처벌이 무서워 어떻게 부정부패를 저지를까 싶지만, 베트남에 사는 많은 외국인은 입국 단계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이민국 직원과 세관 직원들로 인해 놀라게 된다.올해 7월 19일 사망한 베트남 최고지도자 응우옌 푸 쫑(Nguyễn Phú Trọng) 공산당 서기장은 13년간의 재임 기간 내내 국가와 당의 명운을 걸고 부패, 권한 남용, 횡령 등 3대 범죄를 저지른 공직자 4만여명을 기소했지만 부정부패는 여전하다. 베트남의 여성 재벌 쯔엉미란(Truong My Lan)은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측근들과 공모해 계열 은행인 사이공 상업 은행(SCB)에서 304조 동(약 16조8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베트남의 2022년 GDP(4000억달러·약 557조원)의 3%가 넘는 규모다.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시아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횡령 범죄로 꼽힌다.다른 나라들도 예외는 아니다. 2년 전, 돈을 뜯으려고 마약 사건 용의자를 고문하다 숨지게 해 무기징역을 받은 태국 '부패 경찰 서장'의 재산은 13억5천만 밧(550억)이 넘었다. 국내 대기업 L사 인도네시아 법인의 지인은, 수입 제품이 통관되지 않아 세관에 담당 직원을 보냈더니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해, 고민 끝에 통관을 마냥 기다렸다고 한다. 심지어 아시아 최고 청렴 국가로 꼽히는 싱가포르에서도 전직 장관이 연루된 부패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스와란(Iswaran) 전 교통부 장관은 현지 부동산 재벌로부터 전용기를 제공 받고 최고급 호텔 등을 지원받은 혐의로 올 1월 기소된 이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매년 국가 청렴도에서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