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4일 가계자금대출한도를 1인당 3,000만원으로 제한하여
다음달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외국은행을 뺀 모든 은행들에 적용되는
이번 조치로 총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수준으로
묶이게 된다. 다만 주택구입 재형저축 수익증권담보등과 관련된 대출은
1인당한도에서 제외된다.
이번조치는 소비성대출을 억제하고 제조업부문으로 자금공급을 늘리기위해
취해졌다고 한다. 경제성장을 위해 제조업육성이 필요하고 동시에 기업의
자금수급이 만성적인 초과수요인 현실에서 이번조치의 불가피함을 어느정도
인정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무엇보다도 자원배분을 시장기능에 맡기는 대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따라서 효율적인 자금배분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금리자유화가
이루어져야겠다. 금리규제가 없어지면 은행대출 기업투자 소비지출등
각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이 우선순위에 따라 신중해져 경제안정에 도움이
되고 만성적인 초과자금수요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미 국내은행은
불실기업정리및 산업합리화대책과 89년의 증시부양대책등을 위한
자금지원으로 거액의 자금이 묶여 자금운용에 큰 제약을 받고있다.
만일 요즈음처럼 금융자율화계획을 무색하게하는 시장외적인 개입이
계속되면 막상 금융시장이 개방되었을때 국내은행은 부실채권때문에라도
경쟁력을 잃을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금융자율화가 겉다르고 속다르지 않으려면 재정부문의 정비와
시장질서쇄신이 앞서 이루어져야 한다. 주택 환경 교통등 사회복지부문에
대한 재정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정책금융의 부담이 민간부문에
떠넘겨지지 말아야겠다. 또한 부동산과 주식의 보유현황,부채와
자산관리현황등 주요기업정보가 금융.증권시장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제한없이 믿을수있게 전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또다른 부실채권과
투자손실,그리고 이에따라 자금공급이 줄어드는 것을 막을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출한도제한이 외국은행에는 적용되지 않음으로써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다. 가뜩이나 국내은행에 대한
잦은 특검과 자금추적 소문때문에 외국은행으로 옮겨가는 예금액수가 늘고
있는데 규제부담까지 차별화한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지난해말 현재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가계대출은 1,805억원으로 전체의 4. 2%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지만 문제는 적용원칙과 대상에 있다. 비중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금융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예외없는 원칙확립이
중요하다. 또한 소매금융인 가계대출은 서민의 생활안정에 중요할
뿐만아니라 대출금리가 높고 위험부담이 적어 유망한 금융분야이다.
값싸고 풍부한 외국은행의 자금이 제조업부문에 대출되도록 유도해야
할텐데 국내자금을 조달하여 이를 다시 높은 이자로 가계대출한다면
국내경제에 도움도 안되고 수익성이 높은 영업분야만 뺏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