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뿌리에 비유되는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고 많은 업체가 도산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계속된다면 국민경제는 흔들릴수 밖에 없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않고 꽃이 아름답고 열매를 많이
맺는다"는 용비어천가의 구절은 "뿌리"를 중소기업으로,"나무"를
국민경제로 바꾸어 놓으면 중소기업과 국민경제와의 관계를 그대로
설명하는 말이 된다.
중소기업을 중점육성하겠다는 거듭된 정부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기업환경은 열악하다. 인력난과 자금난에다 기술개발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있고 사업영역 위축,게다가 동종업체간의 제살깎아먹기
과열경쟁을 벌이다 함께 쓰러지는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경제가 살려면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단순히 중소기업이
부도직전에 있기 때문에 살려야 한다는게 아니다.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는게 아니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 참뜻은 중소기업이야 말로 경쟁력을
강화시킬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선진경제로의
진입직전에서 멈칫거리고 있는 이유는 부품산업 소재산업은 발달되지 않은
가운데 조립산업은 상대적으로 발달되어 있는 불균형에서 찾을수 있다.
부품.소재산업은 주로 중소기업이 맡아야 할 몫이고 조립산업은 대기업의
할 몫이다. 중소기업이 만드는 부품이 품질면에서나 가격면에서
국제경쟁력을 갖는다면 그러한 부품들을 조립가공하는 산업 또한
국제경쟁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이점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공존공영하는 보완관계에 있는
것이다.
때마침 오는 22일부터 4일간 제6차 세계중소기업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33개국에서 4백60명의 대표가 참석한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다시한번
중소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이제 중소기업은 세계와
경쟁하는 단계로 올라서야 한다. 수출중소기업은 해외시장에서 외국기업과
경쟁하고 있고 내수중소기업 역시 국내시장에서 외국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국제화란 경쟁 우위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국제경쟁력을 유지할수 있는 기업이라야 살아남을수 있다. 기업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불리한 것이 아니고 크다고 해서 유리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것은 어떤 규모이든 특정분야의 전문기술자와 관리자들이 그 기술과
전문성을 마음껏 발휘하여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낼수 있느냐에 있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90년대말까지는 기업의 규모가 전략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내다 보았다. 큰것이 더 좋다거나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코끼리나 생쥐는 그 자체만 가지고 더 좋다거나
아름답다고 할수 없는것과 같은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중소기업이 단순히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고 대답할수는 없다. 유능한 기술자와 관리자 혁신자들이
중소기업으로 몰려들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은 탓으로,또
유능하더라도 인력난 자금난등의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에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수 없게 돼있는 구조탓으로 설명해야 옳다.
중소기업정책은 바로 이러한 점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어야 한다. 흔히
일본경제의 강점을 중소기업에서 찾는다. 일본의 중소기업에는 기술의
광인들이 우글거린다. 그 기술로 세계적 독점기업의 지위까지 누리는
기업도 있다. 그 제품이 품질면에서 월등해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살길은 기술개발에 있다. 기술과 신축의 특수성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대기업의 흉내를 내거나 기술에 바탕을 두지 않고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성장은 커녕 버티기도 어렵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생산직종업원부족율이 90년의 23%에서 91년에
25.7%로 늘어났다는 데에서도 그 심각성을 알수 있다. 은행대출도 하늘의
별따기인가 하면 최근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각종
중소기업지원제도가 내용이 빈약하거나 절차가 까다로운데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인을 다시 뛰게 하는 일관성 있는 정책과 중소기업인 스스로도
기술집약형 경영체질을 갖추는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중소기업육성이 더이상 수사적표현으로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