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엊그제 최고인민회의 제9기3차회의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핵안전협정을 비준 통과시켰다. 그런데 최고인민회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어떤 나라도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으며 우리에게 핵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우리는 이 전제조건이 앞으로 북한측이 핵문제와 관련한 대응방향을
예고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본다. 북한은 지난해말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이 채택된 이후에도 일관되게 종래의 주장을
견지해 오고 있다. 즉 북한은 핵개발능력도 없고 만들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을 되풀이하면서 시간벌기와 핵시설 은폐를 기도해왔음을
우리는 숙지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측의 태도로 미뤄볼때 최학근 북한원자력공업부장이 엊그제
말한대로 "지체없이 IAEA핵사찰에 응할것"이라는 공언이나 "우리가 보유한
모든 핵물질과 시설을 사찰에 공개하겠다"는 발언을 그대로 믿기에는
너무나 불충분한 사항이 많다.
첫째 북한은 지난85년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이후 IAEA핵안전협정에는
지난 1월30일에야 서명했다는 사실이다. NPT가입국이면 18개월이내에
핵안전협정을 발효시키는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둘째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한반도에서의 미국 핵무기 철수문제는 지난해 9월27일 부시대통령의
핵철수선언과 우리의 11.8비핵화 선언및 12.18핵부재선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비핵지대화"론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지난 1월 북한이 핵안전협정에 서명한 이후에도 외국과의 조약에
대한 비준권은 국가주석의 서명으로 끝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인민회의 비준절차를 거치는 형식을 취하며 시간을 끌어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을 감안할때 북한이 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기까지의
나머지 절차를 신속히 밟을것인지에 대해 또다시 의구심을 갖지 않을수
없다. 북한이 서명한 핵안전협정이 발효되려면 앞으로 김일성주석의
서명을 거쳐 IAEA에 정식통보하는 발효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이
절차가 끝난후 90일 이내에 사찰대상 시설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보조약정을 체결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우리는 북한이 이 과정을 하루속히 끝내고 이번 최고회의 비준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깨끗이 불식,신용을 회복하며 외부세계에 개방과
개혁의 시범을 통해 국제조류의 순응자가 될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