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최초로 정규의류디자인과정을 마친 디자이너들이 모여 지난
90년말 개장한 MNC는 독창적인 디자인,합리적가격으로 시장패션의 새로운
장을 열고있다.
50여명의 입점회원들이 대부분 국내대학의상학과및 디자인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디자인실장을 지냈거나 부티크경영및 해외유학한 전문디자이너들로
구성돼 점포마다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MNC는 유명 의류업체가 시즌상품을 내면 2-3일안에 복사제품을 팔던
재래시장의 악습에서 탈피,한 시즌전에 디자인을 기획 생산하는 디자인
개발의 독자성을 지키고있다.
또 재래시장에서는 파격적으로 신상품 카달로그를 해외에서 촬영,제작해
화제거리가 되고있기도 하다. 지난해 1월에는 시장 최초로 국제적인
기성복 박람회인 홍콩패션박람회에 참가해 일본 홍콩의 바이어들로부터
주문을 따내는 성과를 거두기도했다.
이브생 롤랑의 출신교인 프랑스 파리의 "의상조합"을 졸업한 정규태씨
(33)는 국내의류업체 디자인실장을 하다가 활동의 한계를 느껴 신선한
시장패션을 해보고 싶어 이곳에 뛰어들게 되었다고한다. "젊은 디자이너
들이 소자본으로 자신의 재능을 살릴수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대중
에게 즉시 선보일수 있어 보람이 있습니다"
마트패션의 이같은 매력으로 젊은 디자이너들이 한번 해볼만한 일이라고
자랑했다.
리오브라보등 국내유아복업체에서 디자인을 담당했던 유미숙씨는 "개성
적인 패션창조"를 위해 MNC에 합류했다.
"재래시장에는 원가에 대한 불문율이 있어요. 가령 여름옷 원단의 경우
야드당 3천 5천원을 넘게하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옆집하고 같은 디자인의
여름블라우스를 파는데 가격경쟁에서 이길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히트한
디자인을 베끼고 원단을 조금 낮게써서 값싸게 팔면 더 잘팔리는데 굳이
고급원단을 쓸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바로 이같은
통념을 깨고 직접 디자인해서 만든 제품에 적정마진을 얹어 정상적으로
판매하자는 것이죠"
유씨는 지난해 여름에 다른 상가상인들 보다 2배이상 비싼 원단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아 하루 1백만원이상 매상을 올렸다고
털어놨다. 요즘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된 탓인지 제품이 잘안팔려 하루
30만-40만원 매상이 고작이라고 한다.
유씨는 그러나 장사와는 상관없이 한시즌에 7-8가지의 디자인을 꾸준히
개발해 내고있다.
매직니들클럽도 지난 1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올해부터 체인사업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소량 다품종의 전문생산체제를 유지하고 디자인의 독자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방 대리점이 필요해진것. 지난달에 10평규모로 전주에
대리점1호를 열고 연내 10개로 늘릴 계획이다.
외국에는 디자이너들의 시장패션이 발달해 있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세련된 옷을 구입할수 있다.
"이제 생산하는쪽,즉 우리는 새로운 마트패션을 만들고있는데 유통쪽이
못따라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매상들은 아직도 잘팔리는 싼옷을
선호해요. 유통시장이 개방되면 오히려 외국의 바이어들이 MNC의 옷을
알아주리라고 봅니다"
정규태씨는 마트패션의 미래는 밝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나 MNC가 시장패션을 완전주도하기에는 아직 현실적으로 많은 장애
요소가 있다.
가장 큰 문제가 디자인의 독창성과 대중성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
도매시장인 만큼 지방소매상들의 구미에 맞게 디자인을 대중화해야하는
현실타협문제가 있다.
"우리옷은 독창적이고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상인들은 주장이있는
캐릭터의류보다는 잘팔리는 옷을 찾습니다. 또 하청공장의 영세성도
문제이죠. 아무리 디자인을 세련되게하고 최고급원단을 써도 하청공장에서
제대로 못만들어줘요"
전승걸MNC상가운영회장은 이런 문제들이 개선될때 시장제품이 싸구려라는
인식을 벗을수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