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임박해옴에 따라 선거관련 보도의 편파성여부를 둘러싸고 논
란이 거세어지고 있는 가운데 방송위원회(위원장 고병익)가 뒤늦게
선거방송에 대 한 기준을 마련하고 심의를 강화하기로 하는 등 제모습
찾기에 나섰다.
방송위원회는 9일 임시회의를 긴급히 열고 공정방송을 위해 각
방송사가 지켜야 할 "92 선거방송에 관한 방송위원회 기준"을 의결하는
한편 선거기간중 공정방송 을 위한 심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확정된 "방송위원회 기준"에 따르면 선거방송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올바 른 선택에 기여하기 위해 공정성을 최대한 유지해야 하며,
형평성을 비롯 객관성, 다양성과 방송사의 독립성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형평성과 관련해 선거방송은 정당 및
후보자에 대한 시간배분.방송횟수 및 화면구성 등에서 양적 균형과 아울러
질적 균형도 동시 에 고려해야 하며, 논쟁적 사안에 관한 보도는 상대편의
견해도 동시에 제시해야 한 다.
또한 객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 선거방송은 사실을 근거로 정확성을
추구해야 하 며, 논평이나 해설에 있어서도 사실과 의견을 명백히 구분해
전달해야 한다. 특히 여론조사의 결과에 대한 보도는 조사의 방법, 기관,
시기, 대상 및 그 결과에 대한 배경 등을 함께 설명함으로써 여론조사가
악용 또는 오도되지 않도록 한다.
선거방송은 이와 함께 다양성의 원칙을 견지해 광범위한 견해와 정보가
국민에 게 전달될 수 있도록 토론, 대담 등 여러 형태의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며, 올바른 여론의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방송은 독립성을 확보해 특정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거나
혹은 불리 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는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 다.
이같은 방송위의 조치에 대해 때늦은 감이 있다는 게 대부분
관계자들의 반응. 그동안 `선정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도 활발한 심의결과를 발표하 던 방송위가 선거방송의
공정성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지나칠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러 시청자단체들과 방송사 노조쪽에서 각종 모니터보고
서를 통해 `선거방송의 편파성''을 비난했을 때에도 방송위측은 "공식입장을
발표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반응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었다. 더욱이 이번
조치조차 지난 4일 중앙방송사장협의회에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됨에 따라 이 루어져 방송위가 자신의 책무를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 또한 제 기되고 있다.
한편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인 정지석 목사는 " 늦었지만
기준이 제 시됐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한 뒤
"그러나 세부사항이 상 당히 추상적으로 명시돼 있어 그 실현성 여부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한다. 가볍게는 `주의''나 `경고''에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심지어는 출연자와 재작자의 방송 참여를 1년간 중지시킬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방송위가 이번만큼은 고유 의 권한인
심의활동을 강화해 공정방송의 전기를 이룰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라는
게 방송위의 이번 조치를 바라보는 방송인과 시청자들의 한결같은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