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사람들은 돈에대한 집념이 강하다. 새해(구정)첫인사도 "공희발재"로
시작된다. 신년을 맞아 돈많이 벌어 부자가 되라는 내용이 담겨진 인사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새해 인사라면 그런대로 이해가 가지만 어떤 직업,어떤
신분도 가리지 않고 이 인사가 널리 통용되고있다. 돈에대한 직접언급을
피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에겐 다소 이상할 정도다.
이들은 돈의 효용가치를 중시하고 돈버는 일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있다.
사고 파는데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대만사람들은 장사를 매매라고 쓰고
있다. 우리의 매매와는 순서가 바뀌었다. 사는것이 먼저다.
돈이 될것이라고 생각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남의것을 싸게 사서
이익을 많이 붙여 비싸게 판다.
외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부가가치가 높은 완제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는
재주는 이러한 비즈니스마인드로부터 나온것이다.
각종 부품을 우리보다 싸게 수입하는데는 남다른 비결이 있다. 관세가
낮고 수입자유화비율도 98%에 달하는게 비결일수는 없다.
부품수입업자들이 전문화돼 있다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이들은 한품목의
부품만 취급한다. 그러니 당연히 대량 수입해와야 대만국내
완제품생산업체에 싼값으로 공급해줄수 있다.
우리나라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256KD램 반도체하나의 품목만해도 수입해
공급하는 사람들이 용산 청계천 전자상가를 포함해 수천군데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수입상들은 한 품목만 수입하는 것이 아니다.
잡화상이다.
대만사람들은 단결한다. 돈버는 일엔 더욱 그렇다.
"중요한 부품의 경우엔 "1개 품목-1개 수입상"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회사 하나가 단일 부품을 수만개씩 수입해가니 수출업자가 이
회사를 무시할수 없지요. 오히려 수입선을 바꿀까봐 벌벌 떨 정도지요"
고웅자유수출단지에 위치한 고웅전자의 사박굉구매담당부장은 "주도권은
우리 대만수입상들이 잡고 있어 외국의 부품공급업자가 가격을 올리는
장난은 칠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싼 값에 핵심부품들을 사들일수 있는 것이다.
유통을 좌지우지한다. 외국부품업자는 당해품목의 대만수입상을 통하지
않고는 대만에 한발짝도 들여놓을수 없다.
대만수입상들이 "칼자루"를 쥐고있으니 전화로도 주문을 할수 있을 정도가
됐다.
외국의 공급자들은 "일본히타치사가 내달에 노는 날이 많아 부품공급량이
달릴것이 예상되니 미리 수입을 하는게 좋겠다"는 조언까지 대만인들에게
해주기도한다. 부품가격동향까지도 안방에 편히 앉아서 알수 있다.
대만인들은 이렇게 수입한 부품으로 제품을 만드니 경쟁력이 있다.
경쟁력이 있다고 다 팔리는것은 아니다. 이제부턴 마케팅이 중요하다.
이들은 판매감각도 뛰어나다. 사소한것처럼 보이나 영문상호를 따로 갖고
있다. 우리식으로 발음나는대로 표기하지 않는다.
고웅전자는 해외에선 마이크로칩사로 통한다. 사부장의 이름도 두가지다.
해외용으로는 패트릭이라 불려진다. 구매를 맡고있어 외국인들이 쉽게
외울수 있게 하기위한 배려이다. 기억할수 있는 이름으로 해외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자기브랜드에 대한 선전노력도 대단하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의 김홍지 대북무역관장은 "이나라엔 컴퓨터
전자잡지만도 1백50종이 넘는다"며 "이 모든것이 영문으로 제작돼
해외바이어들에게 보내진다"고 말한다. 일종의 상품선전팜플렛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해외매체도 활발히 이용한다.
새로운 공장을 차리거나 신제품을 만들면 곧바로 광고매체를 찾는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안 소시즈(Asian Sources),유럽에서 나오는
일렉트로닉 비즈니스뉴스,일본의 재패니스 일렉트로닉 인더스트리등 많은
외국 전문잡지를 활용한다.
이중 아시안 소시즈엔 대만중소기업들의 광고가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동남아시장쪽에 비교적 잘 알려진 아시안 소시즈는 매달 상품
카테고리별로 8개의 잡지를 발행한다.
지난해 이잡지에 실린 전자.전기부품및 반도체광고부문의 경우 대만은
1만1천건인데 비해 한국은 9백건이었다. 의류 신발류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만은 1천7백50건,한국은 1백10건이다.
대만의 광고건수가 어떤 분야에서건 10배가 넘는다. 대만중소기업들은
타임지는 몰라도 이 월간지는 누구나 안다. 부수는 3만부정도이나 2
품목을 원하는 바이어들이 고정독자이므로 광고효과가 크다.
우리는 이 간단한 접근방법을 도외시하고 있다. 가격이 맞고 품질이
좋아도 바이어에게 알려야 인콰이어리가 오는데도 말이다.
우리중소업체들은 바잉오피스나 KOTRA를 찾는게 고작이다. 아니면
종합상사의 문을 두드리며 협조를 청한다. 이들이 자기일처럼 해주기는
힘들다.
소비자와 직접 링크되는 길을 찾아야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계획없이
물건을 싸들고 해외출장을 나가는 것은 무리다. 바이어를 만나는데는
한계가 있고 만나더라도 그자리에서 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바이어들에게는 광고가 곧 정보다. 미리 그들에게 정보를 준후 접근을
하면 상담은 한결 수월해진다.
돈냄새를 잘 맡는 대만인들의 상술을 배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