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증권업계에 불황의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거품경제의 붕괴, 거액
손실보전의 후유증으로 일본증권계는 큰 시련기를 맞고있다. 최근 6개월
사이에 증권회사를 그만둔 종업원수가 1만여명에 이른다. 우수한 인재들은
증권회사의 신입사원채용시험에 응하지 않고있다. 그런가하면 적자를
메우기위해 지점을 폐쇄하는 증권회사들이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 수익성이
나쁜 해외지점이나 사무소는 통폐합하거나 신설계획을 백지화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한마디로 일본증권계는 겨울의 시대,본격적인 감량경영의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노무라를 비롯한 일본의 유수증권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결산주총때
배당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다. 배당을 전년수준으로 유지하자니 돈이없고
배당을 줄이자니 투자자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난관에 직면해있다.
올들어서는 대장성에 자기자본비율을 보고하느라 애를 먹고있다. 대장성은
BIS(국제결제은행)의 규정에따라 올부터 증권회사에 대해 자기자본비율을
2백%수준으로 유지토록 지도하고있다.
그러나 주가하락으로 유가증권평가손이 많이 나 자기자본비율이 2백%를
밑도는 회사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이비율도 떨어지고
그렇게되면 증권회사들은 즉시 대장성에 보고해야한다.
지난 연말이후 두차례에 걸쳐 금리가 내렸지만 동경증시주가는 옆걸음질만
치고있다. 거래량도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경평균주가는
2만1천엔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정금전신탁등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계속 돈을 빼가고있다. 지난1월 한달동안 특금이 1조엔정도가
줄었다. 그만큼 시장은 매물압박을 받고있는 것이다.
이런현상을 반영,일본동경의 증권가 니혼바시 가부토초의 분위기는 어둡다.
흥청댔던 증권가주변의 술집들은 썰렁해지고 있다.
일본증권업계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증권업계종사자수는 15만6천
5백명으로 6월말보다 1만4백명이나 줄어들었다.
증권계는 NTT(일본전신전화)주가 상장된 지난 87년부터 공전의 주식붐에
편승,종업원들을 급격히 늘렸었다. 그러나 거액투자자에 대한 손실보전
증시침체등으로 증권업계의 앞날이 불투명해지자 퇴직 전직자가
많아지고있다.
특히 여성사원들의 퇴직이 두드러진다. 작년 하반기 6개월간 여성사원들은
7천9백명이 증권회사를 그만두었다. 이에비해 남성직원들은 2천5백명이
떠났다.
증권거래의 감소로 수입이 줄어든 증권회사들은 영업점포의 정리 축소등
비용절감을 위해 애쓴다.
올들어 일본4대증권의 하나인 야마이치증권이 영업점폐쇄에 나섰는가하면
중대형증권사들도 영업점을 두자리수이상 줄인다는 계획을 짜고 있다.
일본증권업계는 올연말까지 모두 1백개이상의 점포가 폐쇄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한다.
일본증권업계가 점포폐쇄에 나선것은 지난 1965년 증권불황이래 23년만의
일이다. 그만큼 경제대국 일본의 기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있던 일본증권
업계도 불황앞에는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야미이치증권은 미쓰코시백화점 긴자점 지하4층에 있던 긴자미쓰코시
영업소의 간판을 내렸다. 고객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신니혼증권도
나고야 유라쿠초등 3개의 점포를 폐쇄할 방침이다. 간카쿠 산요 와코등
중대형증권회사들도 10개이상의 지점을 폐쇄할 방침이다.
신니혼증권을 포함,이들 증권회사들은 이번 결산기에 1백억엔이상씩의
경상적자를 내야하는 판이다. 3월말 결산에서 적자가 불가피한 증권회사는
전체의 90%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증권회사의 점포수는 영업소를 포함,3천2백91개(91년말)에 달한다.
그러나 만약 증권불황이 지난 65년불황때와 같이 장기화된다면 앞으로
1천개정도의 점포가 문을 닫게될수 있다고 일증권계는 우려하고 있다.
감독관청인 대장성도 점포행정을 바꾸고 있다. 투자자보호의 입장에서
점포폐쇄에는 신중을 기해왔으나 작년말부터 각증권사의 자율에
맡긴것이다. 그만큼 증권회사의 채산성악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증거라
할수 있다.
해외 지점의 폐쇄도 눈에띄는 변화이다. 신니혼증권이 취리히지점을
현지법인데 통합시켰다. 코스모증권과 다이이치증권은 프랑크프루트
사무소와 시드니사무소를,메이코증권은 제네바사무소를 폐쇄했다.
해외지점재편의 배경에는 증권불황이외에 저팬머니의 퇴조라는 요인도
있다. 일본기업의 해외직접투자나 생명보험회사등의 외국증권투자가
줄어든 것이다. 이에따라 자본수출국이었던 일본은 지난해 해외로부터의
대일본투자가 일본의 해외투자를 웃도는 자본수입국으로 뒤바뀌었다.
일본으로부터의 자본유출감소가 구미미서의 증권사업무를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시장이상으로 불황에 민감한 국내증권계로서는 일본증권계의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