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나 대우처럼 그룹의 총수가 공개적으로 북한을 방문,각종 협력가능성을
타진하고 돌아온것은 예외로 치더라도 크고작은 많은기업들이 한결같이
나름대로의 대북채널 만들기에 혈안이다. 한때 소련등으로 향했던
북방열기가 이제는 북한러시로 바뀐 느낌조차 든다.
그러나 이같은 민간기업들의 대북진출경쟁은 필연적으로 많은 부작용의
우려를 낳고있다.
우선은 이제 겨우 자리잡아가는 남북한간의 신뢰에 금이가는 결과를
초래할수있다는 점이다. 북방교역 초기에 경험한바있는 실현성 희박한
마구잡이식 투자 교역약속등은 남북관계의 진전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을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재무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남북한간에 투자보장협정이나
은행간코레스,통행 통신등 제반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고있는 상황임을
인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직교역조차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있는 마당에 현지합작투자 북한인력활용
해외공동진출계획등이 구체화된것처럼 알려지고 있는것은 자칫 큰부작용을
일으킬수있다는 반응이다.
정해 상공부상역국장은"모든것은 내달중순 있게될
제6차남북고위급회담이후"남북경제교류협력위원회"가 설립되어야만
구체화될 성질"이라고 말한다.
물론 정부 각부처는 현재 남북교류진전을위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갖고있다. 그러나 이들 세부사항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이 아직까지 전혀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그것은 단순한 "아이디어"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여러상황들을 고려,정부내에서는 현재 대북한교역 창구조정방안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상공부상역국장은 "과거 북방교역
초기단계의 경험으로 미루어 어떤 형태로든 질서유지를위한 창구조정의
필요성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품목별로 대북한전담업체를 지정하는것은 정부가 검토중인
창구조정방안중의 하나다. 섬유 전자 철강등 각업종별 또는 품목별로 국내
교역전담회사를 1 2개씩 정해 이른바 독점진출권을 주자는 것이다.
구소련에대한 전대차관수출업체선정시 적용했던 방법을 다시 대북교역에도
적용하겠다는 뜻인 셈이다.
또하나는 일단 민간기업들의 자율적인 진출을 허용하되 먼저 들어간
업체에대해 기득권을 준다는 방안이다. 예를들어 섬유부문에 A업체가
구체적인 교역또는 합작투자계획을 확정지으면 A기업체에 해당부문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후발업체에 대해서는 "제약"을 가해 국내업체간의
과당경쟁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일정기간동안 정부가 대북경협문제에 직접개입,엄격하게
통제하자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북방과는 또다른 차원의 남북경협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나아가 미래의 통일시대에 대비하기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이같은 주장의 배경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 창구조정방안은 나름대로 저마다의 문제점을 안고있다. 자칫
몇몇 대기업들에 대북교역을 전담토록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올수 있는가하면
초기진출을 통한 기득권을 노려 오히려 과당경쟁을 부추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의 무리한 개입은 남북교역의 흐름을 경직시키고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는 비능률이 제기될수도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이와관련,정부의 한관계자는 "북한측의 경협에 임하는 태도를 보아가며
창구조정책마련에 신축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성급한 방향결정은
오히려 부담을 줄수있으며 그렇다고 그대로 방관할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고 그는 덧붙였다.
결국 정부로서는 업체별 역할분담내지 창구조정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위해 상공부는 남북경협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포괄적 지침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지침도 정부가 능동적인 구획정도의 차원보다는 업계자율기능을
바탕으로 한 과당경쟁 방지등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관련,정부는 우선 각 경제단체와 업종별단체들이 참가하는
남북경협팀을 구성,어느정도 궤도에 오를때까지 정부와 업계의 자문역할을
하도록 할것을 검토중이다.
민간단체들이 스스로 과당경쟁을 방지할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이들단체를 통해 정부차원의 창구조정방안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앞으로 있게될 창구조정의 방향은 우리기업들이
대북경협에 나서는 자세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것같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