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은 골프와 마찬가지이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회사경영을 골프에
빗대어 말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잘 될때는 뭔가 되는가
싶다가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게 회사경영이요 골프 샷이다.
골퍼들이 제각기 키와 몸무게가 다른 것처럼 기업들도 저마다 규모와
업종이 상이하다. 나이스 샷에 일정한 스윙패턴이 있는 것처럼 성공한
기업경영에도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패턴과 특징을 한마디로 결론짓는다면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처음나간 낯선 코스에서 무리를 하다간 나이스 샷은 좀처럼 기대하기가
힘들다.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도 똑같다. 무리를 하면 할수록
리스크만 더 클뿐 현지에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일본기업들의 해외현지경영은 낯선 코스에 처음 나가는 골퍼와 흡사하다.
해외진출 초기엔 분공장이나 다름없는 소규모로 투자한다. 골프에
빗대자면 티샷을 아이언이나 기껏해야 3번우두로 하지 결코 드라이버 샷을
사용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코스를 익힌 뒤엔 천천히 백 스윙을 해
임팩트를 넣어 완전한 폴로 스윙으로 끝맺는게 일본의 기업이다. 공은
곧장 멀리나가게 된다.
세계 최대의 TV수상기 메이커인 마쓰시타 전기의 해외현지사업을
예로들어 설명하면 이같은 일본기업의 행동원리를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29개국에서 연간 3백만대의 컬러TV를 생산하는 회사로 성장했지만 60
70년대 동남아에 세운 공장은 보잘것 없는 것이었다.
종업원 규모로 따지면 1백명도 안되는 소규모 공장에 불과했다.
생산제품은 TV 냉장고 세탁기등 가전제품을 폭넓게 생산했으나 생산규모는
극히 작았다. 태국에 세운 공장이라면 태국시장에,말레이시아 공장이라면
말레이시아 국내시장에 국한시켜 비즈니스를하고 이에 맞춰 생산도
제한시켰다. 아무리 장사가 잘 돼도 신중한 자세로 일관했다. 덮어놓고
확확 벌이지 않았다.
미국등 세계각국에 대규모 공장을 갖고 있는 혼다 기연공업 소니
요시다공업등도 처음엔 이렇게 시작했다. 자사능력이상 감당 못할
일은 손을 대지 않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갔다. 자그마한 것에 성공하면
조금 더 큰 것으로,거기서도 성공하면 또다시 규모를 늘리는 식이었다.
이같은 일본기업의 경영패턴은 나름대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공해본 경험이 없으면 성공하는 방법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겨본
사람이 아니고선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해외사업도 성공하기 쉽게 소규모로
시작,거기서 일하는 종업원에게 이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맛보게
한다는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프로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트가 과거 9연패를 했을 때의 일이다.
자이언트가 선수를 뽑을 때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었다. 선수 개개인의
자질이나 기량은 무시했다. 다만 고교야구에서든 실업야구에서든 우승을
해본 팀에서 한번이라도 뛰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스카우트 대상으로
삼았다.
똑같은 기량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나가면 진다는 패배의식을 가진 사람은
경쟁사회에서 뒤질 수 밖에 없다. 스포츠 바둑등의 경기 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일본기업의 생각이다. 경쟁적 상황에서
종업원을 길러낸다는 발상이 중요하다. 미국에선 이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게임맨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기업들은 게임맨을 기르기 위해 우선 허들(소규모 공장)을 낮게
설치하지만 낮은 허들을 뛰어 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뛰어넘는 방법을 기초부터 가르치기 위해 해외공장에선
다른회사근무경험이 없는 사람을 뽑는다. 현지 경력사원을 스카우트해
쓰는 경우도 있으나 "백지위에 그림을 그려 나가는 쪽이 이미 그려져 있는
그림에 물감을 덧칠하는 것보다 확실하다"
현지인에 대한 교육은 주로 일본의 모기업에서 파견된 "선생"이 맡으나
닛산자동차처럼 일본(옷파마공장)에 데려와 가르치는 경우도 많다.
일본적인 것을 현지에 접목시키겠다는 의도가 서려 있는 것이다.
"카이젠(KAIZEN.개선)"이라는 낱말이 "사쿠라""사요나라"와 함께
영어사전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같은 교육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지 종업원에게 TQC(전사적 품질관리)기법을 가르치면서 써먹은
용어가 "카이젠"이기 때문이다.
"개선이라는 말뜻은 불편한 것,잘못된 것을 하나하나 조금씩 고쳐나가는
과정"이라며 "이것도 골프와 같다"는게 이단교수의 주장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의 가나모리 회장이 "한국사람들은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 기초가 없으면 도약할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