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을 끌었고 흥미로웠던 사건은 소연방의
붕괴라고 할수 있다. 소연방이 왜 붕괴되었느냐 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분석될수 있을 것이다. 개인과 기업의 인센티브를
중요시하지 않은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연방 정부가 소련의 경제력을 도외시하고 체제유지를
위한 군비경쟁에 국력을 낭비한데서도 그 원인이 있었다. 미국과의
군비경쟁에서 승리하여야 한다는 판단에서 군수산업에 치중하고
경제성장기반을 위해 자원을 활용하지 못한데서 찾을 수도 있다.
미국의 군사력도 걸프전쟁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강하다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경제력은 상당히 약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제력이 약화되어 있는 원인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이유를 들수 있겠지만 서방의 안정보장을 책임지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나머지 경제력 신장에 대해서 소홀히한데 크게 기인하였다고
할수있다.
소련과 미국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공통된 하나의 시사점은 군사력을
앞세운 국력의 과시를 강조한 나머지 또 하나의 국가적인 목표인
경제적안정을 소홀히 했을때 국가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몇년간 우리는 정치적인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의 중요성을
소홀히 다룬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 각국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여건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도 경제력의 우위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소홀히 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진배없는 것이다.
올해 정부가 경제에 주안점을 두고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약속은 진심으로 반기지 않을수 없다. 국민 모두의 의지를
모아 경제가 활성화 될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그러나 보도된 정부의 경제운용계획이나 금융당국의 여러가지 정책을 볼때
다소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우선 성장률조정 물가조정 임금안정 국제수지방어등의 정부가 세운 거시적
경제정책목표는 국민이 원하는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정부가 가용할수 있는 정책수단은 상당히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경제정책이론에서 하나 분명한 원리는 경제정책수단의 수가
경제정책목표의 수보다 동일하거나 많을 때 소기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때 현재 정부가 달성하려는 정책목표는 다양하고
의욕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선순위에 따라서 최소한 달성해야하는
정부정책의 목표를 선별하고 선별된 목표가 달성될수 있도록 정부가
상호보완적인 정책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거시적 목표와 미시적 목표가 서로 상충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경제는 현재 성장 물가 국제수지등 거시경제여건이 극히
불안정한 상황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경쟁력 약화,금융산업의 낙후등
소위 미시적 여건도 개선되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정부가 거시적 환경과 미시적 환경을 동시에 개선하려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 당연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 다만 거시적 목표와
미시적 목표가 서로 상충되지 않도록 정책수단의 선택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외화대출 억제등을 통해 시설재 도입을 억제하는 것은
국제수지 방어라는 측면에서 정당화 될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미시적인 목표와는 상충되는 것이다.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게 정책수단을
사용할때 정부의 정책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소기의 효과를 얻을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정책수단이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을때는
정책효과는 극히 제한적일수 밖에 없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가 자본시장 개방여건을 볼때 이자율이
낮아져야 한다는 목표는 누구도 부정할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하락을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을 통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볼때 역효과를 낳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금리가 왜 높은지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정책을 구사할때 비록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정착될 것이다.
우리경제가 현재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고 정치적인 고려때문에
경제문제를 풀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력 신장이 국가의 안보와 사회적 안정을 위해서
필수적인 사실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함에 주안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