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EC(유럽공동체)도 일본두드리기(저팬배싱)에 나서고
있다. 자크 들로르 EC위원장은 시장개방에 소극적인 일본이 집중적인
해외시장공략으로 구축한 엄청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지배하려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일.EC각료회담을 위해 방일한 안드리센 EC부위원장은 지난25일 일본은
EC에 대해 미국에 허용한 만큼의 시장개방을 하지않고 있다고 지적,일본이
EC상품수입을 늘려 주도록 요청했다.
그는 또 와타나베통산상과 일.EC간의 무역 투자 시장접근등 통상전반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일.EC구조협의"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레온 브리턴 EC집행위원도 일본이 시장개방을 하지않을 경우 EC는 미국과
공동으로 대일통상압력을 가중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있다.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일본의 대EC무역흑자증가추세가 올10월로 12개월째
지속되면서 EC의 대일본태도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10개월간 EC의 대일무역적자는 2백30억6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7.1%나 증가했다. 일본의 대EC수출은 같은기간 13.6%늘어난
반면 수입은 8.5%가 줄어들었다.
EC는 대일무역적자라는 숫자상의 문제보다는 전자와 자동차 항공기등의
하이테크분야에 대한 일본의 진출을 더 걱정하고있다. EC는 특히
플라자협정이후의 엔고에도 불구,EC하이테크제품의 대일수출이 늘지
않았다는점에 자극받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미국의 대일통상압력도
다시 가중되고 있다.
부시미국대통령은 내정경시비판을 이유로 당초 29일부터 예정됐던 방일을
취소,갓 태어난 미야자와정권을 놀라게 만들었다.
마이클 보스킨 미대통령경제자문위원장은 일본의 지나친 대미흑자는
미국내 보호주의 경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의회는 주로 일본을 겨냥한 보호무역법안을 계속 상정하고 있다.
미하원에너지상업위원회는 지난20일 레빈의원등이 제출한 슈퍼301조부활
법안을 통과시켰다. 게파트하원의원은 미국적자의 15%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적자비중이 10%이상인 품목을 자동적으로 301조교섭대상으로 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리글상원의원등은 순미제부품의 조달비율이 50%이하인 자동차를 수입차와
똑같이 규제하도록 하는 수입차총량규제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의 대일무역적자가 최근들어 다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중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는 전년동기보다 4.7%늘어 3개월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로써 올들어 10개월간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는 3백50억달러로
늘어났다.
미국은 올해 대일무역적자가 당초예상보다 많은 4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대일본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1%에서 70%로 대폭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는 플라자협정 통상법301조 미일구조조정협의(SII)
등을 앞세운 대일통상압력에 힘입어 지난87년 5백60억달러에서 작년엔
4백10억달러로 점차 감소했었다.
미국과 EC는 이같은 쌍무적 통상압력외에도 일본이 소련과 동유럽국가들의
경제개혁을 지원하는등 흑자국의 의무를 다해줄 것도 요청하고 있다.
콜독일총리는 지원여력이 있는 나라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하고
크리스토퍼EC부위원장도 일본의 대소.동유럽지원이 지연되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통일(5백50억달러)소련.동유럽경제개혁(3백30억
달러)중동전후복구(1백20억달러)등으로 앞으로 5년간 자금부족이 연평균
1천억달러에 이른다고 전망,유일한 흑자국인 일본의 역할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이같은 국제적압력에 대응,흑자축소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통산성은 지난13일 자동차 전자 철강등 17개업계단체들에 국제교류
플랜을 작성,제품수입과 설비및 부품등의 해외조달을 확대해줄것을
요청했다.
통산성은 또 외자기업에 대해 신규취득설비의 할증상각,법인세와
부동산취득세의 면제와 같은 우대조치를 부여하는등 외국기업이 일본시장에
보다 쉽게 진출할수 있는 규제완화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14일 재할인율을 0.5%포인트 인하,89년중반부터 취해오던
금융긴축정책을 완화하면서 내수확대를 통한 수입증대를 도모하고 나섰다.
일본정부는 이밖에 적용기준액인하와 적용대상기관의 확대등을 통해
정부조달사업의 공개입찰대상을 확대,외국제품의 조달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내수및 수입확대책이 플라자협정이후와는 달리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수 없다는데에 있다.
업계대표들은 통산성의 수입확대요청에 대해 무역흑자확대에 따른
통상마찰의 심각성을 인식,수입확대책마련에 적극적이다. 다만 일본의
경제성장이 감속,수입수요자체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지난88년부터
국제협조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일부업계들이 상대국과의 경쟁력격차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등이 이같은 대책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재할인율 추가인하등의 금융완화정책도 버블경제경험을 반복할 우려가
높아 섣불리 채택하기도 힘들다. 이론적으로 금리인하는 환율인상을
초래,무역흑자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수도 있다.
일본의 무역흑자를 줄이는 방법은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엔화의
평가절상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현재 달러당 1백30엔선을 유지하고 있는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엔으로
오르면 일본의 경상흑자는 내년엔 J커브효과(달러화표시수출이
증가하는것)에 따라 6백66억달러로 소폭 상승한후 93년에는 3백7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적절한 무역흑자억제책을 찾아 세계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하는것이
세계경제의 파경을 방지하는 길이라는 점에서 제2의 플라자협정이
요청된다고 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