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이 지난 30년간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질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량의 팽창은 한마디로
경이적이었다. 5.16군사혁명이후 수출입국의 기치아래 정부가 수출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달성에 국가와 국민적 에너지를 집결해온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겠지만 63년도 목표가 8,300만달러였고 그걸 400만달러
초과달성한뒤에 온 국민이 대견해했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수출은 이듬해 1억달러를 넘고 71년 10억달러,77년 100억달러등 10진법의
새로운 자리를 정복하면서 이제 700억달러대를 헤아리게 되었다. 또
내년부터 시작될 7차5개년계획의 목표년도인 96년의 교역규모가 수출입합쳐
도합 2,700억달러로 상정되어있는 사실로 미루어 우리수출은 7차 계획기간
중반에 1,000억달러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처럼 놀라운 성장을 해온 수출이었지만 문제도 많았다. 엄청난 지원과
무리가 따랐고 부작용이 컸다. 그러나 그런것은 모두 거쳐야할 과정이었고
그로인한 폐해와 부작용은 수출을 이만큼 키우기위해 부득이
지불하지않을수 없었던 대가였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문제시할 일이 못된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지나간 30년동안 은 물론이고 지금도
"얼굴없는"수출,"국적없는"수출을 계속하고있는 현실이라고 해야한다.
이른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수출이 한국수출상품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는 말을 들어온지는 오래다. 그러나 상공부 당국에 의해 최근
밝혀졌다는 주요 수출상품의 OEM내용은 한국수출의 현주소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에 따르면 OEM아닌 순수 자기상표제품수출 비율이
신발의 경우 고작 5%이고 섬유제품 12%,가죽제품 14%,가전제품 35%등의
순으로 조사되었는데 대중적 소비제품일수록 한층 심한 경향이다. 가령
원료및 중간재로 포철이 "포스코"란 자기상표로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는
철강제품은 그 비율이 95%로 가장 높다.
OEM수출이 결코 나쁜건 아니다. 초기의 단순 가공무역에 비하면 그래도
가득률이나 수익성에서 괜찮은 편이고 또 한국의 상품제조기술과 능력이
어느정도 평가받게된 결과라고 해야한다. 그러나 이젠 생각을 바꿔야할
때가 되었다. OEM에 한국수출의 운명을 거는 불안한 상황이 우선 문제지만
한편 국적을 분간하기 힘든 유명.무명 외국상표와 외래어 상품이 판을 치는
국내시장 현실도 바뀌어야 한다. 바야흐로 세계 10대교역국에 걸맞는
자기상표개발보급에 기업들이 새삼 눈을 돌려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