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약칭 사노맹)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사형을
구형받은 이단체 중앙상임위원 박기평피고인(33. 필명 박노해)에 대해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서울 형사지법 합의23부(재판장 김동건부장판사)는 9일 박피고인에
대한 1심판 결공판에서 국가보안법위반(반국가단체 구성등) 죄를 적용해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노맹''의 무장봉기 기도 부분에 대해서는 "사노맹이
주장하는 무장봉기는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방어적 폭력''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재판부로서는 이를 양형에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노맹은 하부구조에서 사유재산제 등
자본주의적 경제체제를 부정하고, 상부구조에서 선거를 통한 평화로운
권력교체보다는 프롤레타리아의 2단계 혁명을 통한 기존권력 타도를
주장하는 점에서 헌법상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반국가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노맹이 조직규모와 투쟁방법, 현재까지의 활동상황
등을 종합해볼 때 지난 79년의 남민전 사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으며 가히
남로당 이후 최대의 조직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우리사회가 지난 10년간 정치.경제. 사회모든 측면에서 거듭 발전해왔고
변혁운동에 대한 수용의 폭을 넓혀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의
사형구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박피고인의 어머니 김옥순씨와 형 박기호신부 등 가족과
대학생 방청객 2백여명이 재판진행을 지켜보았으며 재판부의 무기징역
선고가 있자 모두들 놀라는 표정이었다.
박피고인은 지난 89년 11월 수배중인 백태웅(30. 전서울대
학도호국단장)등과 함께 무장봉기를 통한 혁명으로 현 정부를 전복하고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할 것을 목적으로 사노맹이라는 반국가단체를
결성한 뒤 중앙상임위원으로 활동해왔다.
박피고인은 또 지난 89년 4월15일 "박노해 시인의 긴급호소, 북조선과
김일성은 남한 민중의 벗인가 적인가"라는 유인물을 내면서 `존경하는
김일성주석''이란 찬양시를 게재했으며 같은 해 12월 민주주의 학생연맹
소속 대학생 5백여명을 동원, 서울 성북구 길음동 4거리를 점거하고
길음파출소에 방화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