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이 20%를 뛰어넘고 캄보디아 중국등과의 전쟁에서 부상한
상이군인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이 거리로 나와 동냥을 청한다. 더러는
껌을 팔기도한다. 놀랍게도 이들이 파는 껌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해태껌이다. 거리에서의 노점상들도 해태껌을 판다.
우리나라 껌이라고는 해도 이들 모두가 밀수품이라고 한다. 여기서
또한번 베트남경제의 "실상"을 접하게된다. 종합상사의 현지주재원들에
따르면 베트남내물동량의 10%이상은 밀수로 들어오는 것들이라고 한다.
일반소비재에서 TV 냉장고등 대형가전제품에까지 거리의 야시장에 나가면
없는 밀수품이 없다.
야시장의 한 상인이 "남쮸띠엔(남조선)?"하고 묻는다. 그렇다는 대답에
이번에는 대뜸 "삼숭(삼성)?"하고 묻는다. 그러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동행한 이곳 무공호치민무역관의 현지직원 우엔 투옛 마이씨에 따르면
현재 이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가전제품은 흑백TV라한다. 세관을 통해
정식 수입,보급되고있는 15만대의 흑백TV중 90%이상이 삼성전자제품이라는
설명이다. 기자가 묵은 호치민의 팰리스호텔 객실내에 비치된 컬러TV는
"골드스타",카세트라디오는 "삼숭"의 제품이다.
베트남시장에 관한한 한국제품은 과거의 "따이한 붐"만큼이나 인기를
모으고있다. 거리에 굴러다니는 기아자동차의 "콩코드"승용차를
발견하기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올들어 지난상반기동안 우리나라의 대베트남수출은 6천5백89만8천달러.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무려 78.5%나 늘어난 수치이다.
작년 한햇동안만해도 전년보다 두배가량 늘어난
1억1천6백82만5천달러어치를 수출했었다.
지난해 이나라의 전체수입규모(베트남정부통계기준)가 26억달러에 채
못미쳤음을 감안한다면 적지않은 비중인 셈이다.
"한국은 장기적으로 보아 베트남에 있어서 최선의 경제파트너가 될것으로
우리는 보고있습니다. 베트남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일원으로서 이지역의
경제적공영에 기여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서는 베트남보다 앞서
경제재도약을 경험한 한국경제계의 협력이 절실합니다"
하노이의 낡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정부청사에서 만난 우엔 마이
협력투자위원회 부위원장(차관)은 "아직 양국간 교류가 단순교역분야에
치우쳐있는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건설 통신등 사회기간산업분야와 섬유
전자등 소비재산업분야는 한국기업들에도 훌륭한 투자분야가
될것"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우리 기업들의 베트남진출이 상품교역분야에만 국한돼있는 것은
아니다. 동흥 한남기계등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8건의
합작투자프로젝트가 현지 정부의 정식승인을 받아놓고 있고 이중
세영인터내셔널은 객실 40실규모의 기존호텔에 지분참여하고 있다.
(주)대우 럭키금성상사 코오롱상사등 17개기업은 봉제분야를 중심으로
현지 공 공장과 제휴, 하청생산된 제품을 제3국시장에 내다 파는
임가공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주)선경과 삼성물산이 국내 기업으로는 가장 먼저인 지난 82년
베트남시장에 진출,베트남재통일이후 양국간의 교류는 올해로 9년째를
맞고있다. 베트남정부가 지난 86년 제6차 당대회에서 경제적 개혁과
대외개방을 골자로 하는 "도이모이"노선을 공식화한이후 서방기업들의
진출이 서서히 붐을 일키고 있다.
"전장에서 시장으로"라는 프렘전태국총리의 표현처럼 베트남은 아시아의
"마지막 남은 시장"으로 서방기업인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지난 88년
대서방투자유치를 목표로 이나라에 국가협력투자위원회(SCCI)가 발족된이래
지난 6월말까지 이기구의 승인을 받아 확정된 외국합작투자는 2백80건
21억여달러에 이르고있다.
미국엠바고의 눈치를 살피며 우리기업들이 멈칫하고있는동안 대만기업들은
32건 4억3천9백만달러어치를 투자,최선두를 달리고있고 호주(16건
2억7천8백만달러)프랑스(25건 2억7천2백만달러)홍콩(68건
2억3천만달러)일본(18건 9천9백만달러)등이 우리나라의 7건
5천4백만달러(6월말 현재) 를 크게 앞서고 있다.
"한국경제는 베트남이 택할수 있는 가장 확실한 모델이자 대안의
하나입니다"
베트남상무부의 찬 후안 포이장관선임자문역은 "지난6월 베트남정부가
한국의 6차5개년개발계획에 관한 자료를 정리,모든 고급공무원들에게
숙독토록 했다"면서 "한국의 유수기업들이 보다 많이 직접 진출해 그동안의
경제성장경험을 베트남인들에게 나누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포이자문역은 마이 치 토 전내무장관이 한국의 기업총수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인은 과거에 싸우는 군인으로 왔었지만 이제는 산업전사로 와달라"고
했다던 말을 상기시키면서 우리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진출을
요청했다.
그는 한국인들의 중동붐때의 "전설적인"건설신화와 단기간의
고도성장달성등을 예로 들며 "지금 베트남에 필요한 것은 이같은
"해보자"는 의지와 자신감"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베트남이 재통일을 달성한지 16년,그리고 시장경제체제도입등 경제개혁과
개방조치를 추구하고 나선지 올해로 5년째. 베트남은 이제 풍부한
천연자원과 6천5백만명의 인구,식자율 88%와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개혁의지등 "가능성"을 담은채 우리앞에 새로운 시장으로 다가오고있다.
과거 월남전쟁에서 서로 총부리를 마주대야 했던 "악연"은 뒤로 접어둔채
베트남은 한국기업들에 "새로운 산업전사"로 와줄것을 요청하고있다. 이미
주요도시의 곳곳에는 국내기업들의 입간판이 즐비하게 늘어서있고 수많은
기업인들이 이곳에서 "따이한"의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이곳 국민들에게는 한국의 상품이 전혀 낯설지 않은 상태로 다가서고 있고
경제관료들 사이에서는 "한국경제를 배우자"는 붐이 일고있다.
안으로 걸어잠갔던 빗장을 열어제치고 경제재도약의 시동을 걸고나선
베트남은 우리앞에 나타난 "마지막 시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