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주체사상이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한민족 철학자대회에서
국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주체사상의 시원을 1930년
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북한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한재소 한인학자가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한민족 철학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김포공항에 도착,한국을 처음
방문한 재소동포 철학자 박일옹(80)은 "북한에서 선전하는 역사적 사건이
대부분 실제보다 앞서 있듯이 주체사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북한측의
주장을 부인했다.
현재 학술자료에는 지난 55년 김일성의 한 연설에서 주체사상이 최초로
공개적으로 언급된 것으로 돼 있으나 북한측은 이보다 훨씬 거슬러 올라가
김일성이 나이 겨우 18세때인 1930년 `조선혁명의 진로''라는 연설을 통해
주체사상의 원리를 처음 발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46년부터 48년까지 김일성종합대학 부총장을 지냈던 박옹은 "부총장
재직 당시 주체사상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거나 학문적으로 다루어진
적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박옹은 30-40년대엔 주체사상이란 말도 없었으며 오로지 "위대한
김일성 장군만세"라는 개인숭배주의만이 모든 것을 대신했다고 말했다.
박옹은 또 "1945년 9월 김일성이 소련군복을 입고 원산항에 들어왔을
때 조선족들은 김을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아 그후 2년 동안 김일성을
부인하는 인사들이 수없이 체포돼 감옥생활을 했다"고 폭로했다.
박옹은 이어 58년께야 소련,스탈린등에 대한 말이 점차 사라지고
주체사상이 신문,잡지,TV등을 통해 북한 전역과 외부세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주체사상의 `주체''를 "주체"(술먹고 자신의 몸도 가누지 못함을
의미)로 빚대어 평가한 박옹은 "한민족 철학자대회에서 북한대표들이
참가해 주체사상에 대해 발표한다면 그들의 견해를 먼저 듣고 나의 의견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옹은 소련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한인 학자들중 한 사람으로
김일성종합대학 부총장을 거쳐 알마아타종합대학, 기리기지아사범대학,
카자흐국립대학의 철학교수로 재직해오다 지난 87년 은퇴, 소련의 국가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조선족 자치구 설치투쟁을 벌이기도 한 박옹은 한민족이 어떻게 해서
소련땅에 살게됐고 또 한인들이 찾아야 할 권리는 어떤 것인가를 줄곧
역설하며 재소한인들의 대변인 노릇을 해왔다.
이번 한민족 철학자대회에서 "음양설"과 "한국이 인류역사에 무엇을
주었는가"라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라는 박옹은 "88올림픽으로
한국이 세계를 열고 세계가 한국을 열었듯이 한국 고대문화를 꽃피우면
세계 문화의 새로운장이 열릴 것"이라며 민족적 자부심을 강조했다.
박옹은 또 "재소한인중 한국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소련식
이름보다는 한국이름으로 불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