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 하이테크 강국 이스라엘 한국과 유사점이 많은 이스라엘이 어떻게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발전을 이뤘는지 살펴본다. (한정화 지음, 아라크네, 464쪽, 2만5000원)● 다크 넛지 비합리적 소비를 유도하는 ‘다크 넛지’에 맞설 수 있도록 돕는 책. (로라 도즈워스·패트릭 페이건 지음, 박선령 옮김, 포레스트북스, 544쪽, 2만1000원)인문·교양● 스톤 매트리스 부커상을 두 차례 받은 거장의 단편집.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양미래 옮김, 황금가지, 396쪽, 1만7000원)● 중년의 사치 중년에 품격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한 길을 안내한다. (김영희 지음, 작가와비평, 272쪽, 1만7000원)아동·청소년● 즐거운 소음 어린이문학계 노벨 문학상으로 불리는 뉴베리상을 받은 시집. (폴 플라이시먼 지음, 정지인 옮김, 다산어린이, 60쪽, 1만7000원)●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사랑하는 이를 잃은 어린 마음을 위로하는 그림책. (장프랑수아 세네샬 지음, 박재연 옮김, 위즈덤하우스, 44쪽, 1만7000원)
의례는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평생을 따라다닌다. 태어난 지 100일이나 1년을 맞아 여는 잔치를 비롯해 입학식, 결혼식, 장례식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의례가 빠지지 않는다. 사소하게는 생일 파티에서 부는 초 끄기와 명절에 지내는 차례, 매주 종교 시설에 가서 일정한 절차에 따라 올리는 기도 등도 모두 의례다.실험인류학자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는 책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에서 세계 의례 현장으로 뛰어들어 의례의 수수께끼를 파헤친 과정을 담았다. 지갈라타스는 최첨단 과학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인류가 의례를 갈망 혹은 집착하는 이유를 찾아나간다.의례의 목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사람들은 정성을 들여 그 행위에 의미를 부여한다. 예컨대 기우제를 지낸다고 해서 꼭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렇게 한다. 세계 곳곳의 많은 사회엔 갓 태어난 아기를 위험과 공포로부터 보호하려는 탄생 의례가 있다. 죽은 사람을 위해 산 사람의 거처보다 화려한 무덤을 짓는 장례 의례는 말할 것도 없다.저자는 사회심리학과 뇌과학을 통해 의례의 기능적 효과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의례는 개인의 마음속에 나름의 질서를 만들어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뛰어난 운동선수가 경기 전 이른바 미신이라는 것에 의지하는 게 대표적이다. 저자는 의례가 인류에 스트레스와 위기에 대처하는 역량을 줌으로써 긴 역사 동안 살아남을 수 있게 했다고 주장한다.의례의 강력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례는 직접 의례를 하는 실천자뿐 아니라 그를 지켜보고 동조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지갈라타
1792년 음력 윤4월, 영남 남인으로 불리던 경상도 유생들이 가족의 만류를 뒤로한 채 서울로 향했다. 목적은 오직 하나, 창덕궁 돈화문에 모여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기 위해서다. 최악에는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여정에 오른 유생은 1만 명. 안동 하회마을을 비롯해 경상도 곳곳에서 온 영남 선비들은 임금을 만나려고 고향 땅을 떠났다.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이 쓴 <영남 선비들, 정조를 울리다>는 그가 2021년 내놓은 ‘조선사의 현장으로’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1792년 일어난 만인소운동을 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게 재현했다. 책은 당시 영남 남인들이 왕에게 상소를 올리려고 고향을 떠나 한양을 거쳐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두 달을 담았다.만인소운동은 정조에게 “경종을 왕으로 여기지 않는 행태를 보인 류성한을 처벌하라”는 이야기였다. 그 이면에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가담하고 정조의 즉위를 방해한 자들(노론)을 정리하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한 세기 넘도록 중앙 정치에서 배제된 영남 사림 세력의 불만이 폭발한 사건이었다.돈화문에 모인 선비들의 이야기를 들은 정조는 이들을 눈앞에 불러 직접 상소문을 읽게 했다. 내용을 듣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 사도세자 사건의 배후에 있던 이들을 단죄하라는 선비들의 목소리에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책은 그 모습 또한 영화를 보여주듯 류이좌의 시선을 빌려 생생하게 전달한다. 눈물을 흘리는 정조의 모습을 두고 “용안 위로 촛농을 닮은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정조는 상소를 듣고도 곧바로 행동을 옮기는 대신 영남 선비들을 회유하는 길을 택했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