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유통시장개방을 앞두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유통 및
제조업체들이 국내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와 점포확보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6일 경제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업체를 통해 간접판매에 나섰던
전자, 자동차 등의 외국제조업체들이 올초부터 본격적인 독자진출을 추진,
내년부터는 국내 직판체제를 본격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들은 개방폭을 가능한 한 넓히기 위해 다양한 로비활동과 함께
자국정부를 동원, 우리정부에 압력까지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제조업체들의 국내 직판체제구축과는 별도로 백화점, 수퍼마켓,
편의점등 유통업체들도 국내업체들과 제휴를 통한 간접진출에서 직접
점포를 설립, 판매를하기 위해 국내시장규모와 소비자 구매취향 등을
정밀조사하는 등 구체적인 진출작업을 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금지돼 있던 주유소업의 외국업체 진출도 허용토록 돼
있어 미국업체들이 국내 주유시장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유통시장 개방압력을 꾸준히 가해온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은 최근 미무역대표부(USTR)와 민간업계 등을 통해 40여개
도소매업종의 개방을 강력히 요청해왔으며 정부도 3단계 유통업개방계획에
따라 올초 외국인의 투자제한 범위를 대폭 축소, 국내시장 개방폭을 크게
넓혔다.
그러나 국내업계는 국내시장 개방을 코앞에 두고 아직까지 자금부족과
판매 및 경영기법의 부족, 제조업체의 유통업 진출제한 등 각종 제약
때문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큰 문제로 남아 있다.
** 전자; 지난해말 소니가 인켈을 통해 컬러TV와 오디오를 공급하기
시작한 이래 외국업체들의 대한진출움직임이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올 7월 유통시장 개방을 앞두고 일본업체들을 중심으로 외국업체들의
한국시장조사가 급증하고 있다.
히타치가 지난 1월 삼성전자, 금성사, 대우전자의 국내 대리점을 방문,
거래조건, 결제방법 등을 조사해갔으며 산요는 국내 전파상 등을 상대로
서비스인력 스카웃 움직임까지 보였으며 제너럴 일렉트릭은 국내
조명기기시장을 중점 공략할 계획으로 시장조사를 끝냈다. 이밖에
마쓰시다, JVC, 웨스팅하우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자제품
제조업체들과 다이이치, 베스트전기, 시어즈 등의 유통업체들도
국내시장을 넘보고 있어 조만간 국내진출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제조업체가 유통업에는 진출할 수 없도록
되어있는 여건에서 외국의 제조업체들이 유통부문 진출을 허용하는 것은
형평원칙에 어긋난다며 국내제조업체들의 유통부문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 자동차; 지난 88년 자동차시장의 일부개방 이래 기아자동차가 포드의
세이블을 수입해 판매하는 등 미국의 대형차 위주로 그동안 수입이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포드사가 최근 내년부터 국내 딜러를 통해 직접
판매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GM이나 크라이슬러 등도 국내 직판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선 다변화조치 로 일본차의 경우 수입이
제한되고 있으나 혼다의 미국현지공장에서 생산되는 아코 드는 대림산업을
통해 벌써 수입되고 있으며 토요타, 닛산, 마쓰다, 마쓰시다 등 나머지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우르과이 라운드협상 진전 등에 따라 수입선다변화
조치가 풀리면 즉각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 유통업 및 기타; 그동안 일본과 미국업체들을 중심으로 외국업체들이
로열티를 받고 상표사용을 허용하고 국내업체에 대해 판매 및
경영기술지도등을 해왔으나 올 유통시장개방폭의 확대를 앞두고
직접진출을 준비하기 위해 일본, 미국업체들의 발길이 빨라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유통업 투자가 현재 매장면적 7백제곱미터 미만인 점포를 1개만
설립할 수 있도록 제약돼 있으나 7월부터는 1천 미만의 점포를 10개까지
설립할 수 있도록 완화되게 돼 백화점부문에서는 일본업체들이,
수퍼마켓이나 연쇄점, 편의점 부문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업체들이
국내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백화점인 다카시마야, 수퍼마켓인
이토요카토 등 일본업체들은 최근 서울사무소를 통해 한국시장조사와
동태파악에 열올리고 있다. 편의점 업체인 미국의 세븐일레븐, 서클케이,
패밀리마트, 일본의 미니스탑 등은 현재 국내 업체들과의 경영기술협력만
하고 있으나 곧 독자적인 유통망 형성에 착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 1천제곱미터 규모의 점포를 전국에 10개 개설할 경우 그 경쟁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자동차 보급확대로 주유소시장이 확대되자 셸, 셰브론, 모빌,
아모코등 세계적인 다국적업체들이 국내 주유소를 직접 운영할 계획으로
PR회사들과 광고대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내 주유소업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