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대체혈액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화공학자인 칼 로시 박사는 소의 혈액을 이용해 대체헤모글로빈을
개발함으로써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헤모글로빈의 자세한 성분은 동물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그 기능은 모두 동일한데 로시박사는 소의 헤모글로빈의 경우
약간의 화학처리과정을 거치면 인체를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자신이 개발한 대체헤모글로빈이 임상실험을 거쳐 정식으로
판매허가를 받으면 앞으로 헌혈이 필요없을 시기가 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소,돼지,닭등 수많은 가축들이 도살돼 약 4백만
갤론(1천5백만리터)의 가축혈액이 발생하고 있으나 대부분 건조과정을
거쳐 가축사료나 비료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수십년동안 전세계 과학자들은 대체혈액을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혈액은 보관등 다루기가 매우 어렵다는 문제 때문에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특히 헤모글로빈은 적혈구내에만 존재하므로 백혈구등 혈액내 다른
성분과 분리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낮은 온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그나마 냉장을 하더라도 보관가능기간이
42일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잘 보관된 혈액이라도 수혈시에는 대상자의 혈액형과 맞아야
하며 수혈과정에서 B형간염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 전염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지니고 있다.
현재 체온을 조절하고 면역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액을 대체할
수 있는 단일물질은 없지만 단지 혈액내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의 대체물질의 경우에는 개발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돼 왔다.
헤모글로빈의 대체물질은 특히 실용화된다면 전쟁에서 부상한
군인들이나 자동차사고등으로 인한 부상자, 단지 단시간의 혈액내
산소운반을 위해 수혈을 받아야 하는 수술환자들에게 널리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예로 베트남전쟁 당시 간편한 혈액대체물질이 개발돼 전장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면 미군사망자는 1만5천명에도 미달했을 것이라는
계산도 나오고 있으며 대체혈액에 대한 수요 또한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개발만 된다면 연간 1백억달러의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미육군당국은 자체적인 대체혈액 연구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미국내 6-7개의 제약회사들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같은 대체혈액에 대한 연구개발열기는 그 대부분이 대체 헤모글로빈
개발에 몰려있기 때문에 그 경쟁이 더욱 치열한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헤모글로빈은 적혈구세포내에서
그 기능이 가장 효율적으로 발휘되고 있으며 적혈구세포 하나에는
약3억개의 헤모글로빈분자와 각분자마다 철분원자 4개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철분원자는 산소와 결합해 활발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혈액이 체외에서 쉽게 상하는 것도 철분의 이같은
성질 때문이다.
특히 헤모글로빈은 체외에서 쉽게 분해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지난 70년대 중반 여러 헤모글로빈분자를 합해 보다 큰 중합체를
만들면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의학전문가 사이에서 헤모글로빈중합체는 비교적 크기
때문에 간이나 신장세포를 손상시킬 위험이 있고 인체의 면역체제가
이물질로 간주해 공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실제로
80년대초 독일의 한 임상실험에서 헤모글로빈중합체를 수혈받는
2명의 환자에게서 신장기능의 이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89년에도 수술전 환자 2명에게 수혈한 결과 약 2시간동안
가슴압박증세 및 독감증세를 보였다는 임상보고가 발표됐다.
이에따라 미식품의 약국(FDA)은 헤모글로빈중합체를 이용한 임상
실험에 앞서 그 영향에 대한 보다 자세한 연구 및 이해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로시박사는 "그같은 부작용은 헤모글로빈중합체를 제대로
여과하지 않아 부산물이 포함돼 있거나 헤모글로빈 자체에 포함돼
있는 화학물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헤모글로빈은 산소와의 결합능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적혈구
내에는 이같은 능력을 조절하는 유기인산염성분이 들어있다는 것.
로시박사는 그러나 소의 헤모글로빈의 경우에는 인체의 헤모글로빈
과는 달리 인산염성분이 아닌 염화물이온이 들어있기 때문에 대체
헤모글로빈으로 사용할 때 인산염성분을 추가할 필요가 없으며
대체헤모글린내 부산물문제도 현재 헤모글로빈 정제기술수준을 고려할
때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시박사는 앞으로 소의 헤모글로빈을 대체헤모글로빈으로서 사용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소의 혈청알부민, 면역글블린등 인체내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될 성분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시박사는 또 자신이 세운 회사인 바이오퓨어사가 개발한 대체
헤모글로빈은 혈관내에서 분해되지 않은채 1주일까지 존재할 수
있으며 실온에서도 산화되지 않는 상태로 6주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밝히고 대체헤모글린에 대한 FDA의 입장이 바뀌는 즉시 미국내에서
임상실험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