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직 시장이 부임 53일만인 18일 수서사건으로 역대시장중 최단임
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수도 서울의 최고행정 책임직에서 물러났다.
김형민 초대시장(46년 9월)에서부터 이해원 24대 시장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온 영욕의 서울시장은 모두 21명으로 평균
재임기간은 25개월여.
박시장 이전에 최단임 기록을 갖고 있던 시장은 4.19직후인 1960년 5월
2일부터 6월30일까지 60일동안 과도정부의 시장을 맡았던 10대 장기영씨.
수서사건으로 외압이 물밀듯이 몰아쳐올때 전격적으로 수용결정을 내린
후임 박시장과는 달리 고씨는 관련직장 주택조합원의 자격심사를 통해
무자격자를 털어내고 시민대표로 구성된 민원심사위에 넘겨 수용여부를
결정지으려 했다는 주변인사들의 후일담이고 보면 그가 계속 시장으로 남아
있었더라면 오늘날의 수서파문은 빚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가능.
그의 뒤를 이은 군출신 박시장은 부임 첫날 자랑스럽고 살기좋은 서울을
만들자고 간부 직원들에게 호소하면서 올림픽조직위원장, 안기부장 출신
이라는 남다른 경력과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고 시장직을 맡았으나 뜻하지
않은 수서돌풍에 휘말려 중도 하차하는 비운을 맞았다.
차기 민선시장을 은근히 바라면서 부임 초기부터 정력적으로 서울시내
곳곳을 누볐던 박씨는 꿈을 제대로 키워 보지도 못한채 최단기 시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시청을 떠나 버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