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대일무역적자가 사상최대로 56억달러선에 이른 가운데 오는
9일 가이후 도시키 일본총리의 방한으로 91년 한국외교가 시작된다.
65년 관계정상화이래 적자누계가 5백90억달러에 달하는 양국관계의
불균형에 더해서 동북아냉전이후시대 한반도장래에 중요한 변수가 될
일본을 맞는 기분이 착잡하다.
더구나 최근 일본의 어느 평론가는 한반도의 분단이 앞으로도 일본의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서슴없이 피력했다.
숙명적인 한일관계의 오늘의 모습, 그 단면이 드러난 것이다.
산업기술의 블랙홀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행태밑바닥과 연결되어
국제사회에서 독특한 비타적경제문화를 형성하고 있거니와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 이런 일본문화가 세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데 있다.
그리고 그 마찰이란 미일마찰이나 한일마찰같은 "이국적마찰"이
아니라 세계경제구조자체를 뒤흔들고 있는 마찰인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아시아내륙에 들어서면 기세도 줄고
방향도 바뀐다.
바라기는 이제부터새로운 냉전이후시대 본격적인 동북아전략을 펼칠
일본의 기본자세가 이런 자연의 섭리처럼 보다 유연하고 협조적이어야
하겠지만 거기 앞서 이런 일본을 맞는 우리 자세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역량있는 이웃에게 보다 많은 짐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제 한나라
사회에서만 당연한 것이 아니다.
유럽의 단합을 무슨 경제블록화경향인 것 처럼 왜곡하면서 낡은
패권주의를 뒤늦게 부활해 보려는 유혹에서 일본이 벗어나는 날은 멀지
않아 도래할 것이다.
동서냉전의 와해가 세계규모에서 바로그런 패권추구의 종말을 의마하기
때문에 그것은 역사의 순리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이나 그 주변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
그런 교훈을 얻겠는가 하는 점 뿐일는지도 모른다.
가이후총리는 나이답게 솔직한 마음으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정상과 만나 아시아의 미래를 진지하게 의논하기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