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흐름이 심상찮아져 가고있다는 것은 작년부터 이미 심각한
걱정거리로 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돈이 너무 풀려 있다는 것이 걱정러기다. 그런가하면
기업의 자금부족은 오히려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다른 걱정거리다.
이번에 경험한것 같이 큰물이 져서 집과 논밭이 다 떠내려가는 판에
안타깝게도 수도물은 도리어 단수되어 있는 그런 경우에나 비교할 일이다.
홍수와 단수가 함께 발생하면 제방을 고치는 사람은 베방을 고치고
상수도원을 손질하는 사람은 상수도원을 손질한다. 뿐만아니라 기상은
비록 변덕스럽다고 하지만 다행이 어떤 폭우도 그렇게 오래 계속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물은 재빨리 바다나 호수로 빠져나가 준다.
그래서 물이 너무 많아서 걱정과 물이 없어서 걱정은 오래잖아 해결된다.
수방에 대한 책임을 놓고 잘잘못을 따지고, 앞으로 어떤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인가를 두고 고함소리가 남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돈흐름의 이상은 이번의 한강홍수보다
어쩌면 더 심각할는지도 모른다.
두가지면에서 그렇다. 시간도 더오래 걸려야 해결이 날것 같고, 더구나
그해결방법을 알기 어려운데다가 방법을 찾아냈다고 해도 이해관계로
의견이 엇갈리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주식과 회사채의 인기가 뚝 떨어졌다. 이것이 문제의
시발가운데 하나다. 증권투자는 위험은 커지고 기대하는 수익성은 신통찮아
보이게 되었다. 안그래도 소비가 불어나면서 저축은 상대적으로 그만큼
줄어들었는데 이 저축이 주식이나 회사채등 증권 사는데는 들어가지 않고
은행이나 보험 단자등에 들어갔다.
예금이나 CMA(어음관리구좌)는 쉽사리 환금이 잘되어 이른바 유동성이
높은데다가 쏠쏠히 이자도 그만하면 괜찮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은
간접금융기관에 모인다.
그런데 대체로 직접금융은 장기이고 간접금융은 단기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 비율이 크게 역전되어 간접금융의 비중이 42%, 직접금융의
비중이 38%가 되었다.
이것은 두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로 개인이 보유하는 자산의 형태가
주로 통화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렇게되면 통화성예금이 불어나고 따라서
총통화가 불어난다. 돈이 불어난 주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 둘째는
기업이 자연히 단기금융형태로 자금을 조달할수 밖에 없게 되었다.
돈의 흐름에 이러한 대재해가 일어나는것을 막는길은 시급히 이자율을
자유화하는 것이다. 한강물의 흐름을 순조롭게하여 바다로 빠지는데
걸리는 장애물을 없애듯이 이자율의 기능을 살리자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특별히 싼 이자로 상업어음이나 수출어음을 자동재할하는
제도를 철폐해야한다.
그대신에 은행은 신용 있는 기업이라면 시장에서 정해지는 이자율에 따라
언제든지 대출요구에 응해주도록 해야한다. 언제라도 대출을 받을수 있는
제도아래서는 굳이 대출을 먼저 얻어놓을 필요가 없게된다.
그래서 오히려 대출수요는 급격히 줄게될 것이다.